“주유도 하고 노인전문정보도 충전하세요”
“주유도 하고 노인전문정보도 충전하세요”
  • 함문식 기자
  • 승인 2009.08.06 14:21
  • 호수 1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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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기 고양 ‘섬마을 주유소’ 정종규 대표
▲ 한적한 도농복합지역인 경기 고양시 내곡동에서 섬마을 주유소를 운영하는 정종규 대표. 그는 노인 고객들에게 ‘백세시대’을 보급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맞보고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고, 노인정보도 충전한다!”

주유소에 기름을 넣은 뒤 흔히 받은 사은품은 일회용 티슈나 생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노년층 고객을 대상으로 티슈나 생수 등 흔한 사은품 대신 ‘백세시대’을 보급하는 주유소가 있어 화제다.

경기도 고양시 내곡동에 자리한 ‘섬마을주유소’ 정종규(41) 대표가 주인공. 그는 1년 전 본지 관계자와 인연을 맺은 뒤 ‘백세시대’을 알게 됐다.

‘백세시대’에 노인을 위한 다양하고 알찬 정보가 빼곡이 게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자신의 주유소를 찾는 수많은 노년층 고객을 떠올린 정 대표. 그는 어르신들만큼은 천편일률적인 사은품 대신 ‘백세시대’을 건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 반응은 신통찮았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신문보다는 당장 쓸모가 있는 휴지나 생수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어르신들에게 ‘백세시대’을 내밀었다.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신문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노력에 감복한 것일까. 단골로 찾아오는 어르신들부터 하나 둘 신문을 받아들기 시작했다. 이 변화가 생기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읽는 것에 서툰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일반적인 습관을 고려하면 자연스런 현상이란 생각도 했다.

이후 ‘백세시대’을 무료로 받아보기 위해 1주일에 한번 씩 일부러 ‘섬마을주유소’를 찾는다는 어르신들이 생겨났다. “작은 봉사라고 생각했는데 큰 기쁨이 밀려왔다”는 것이 정 대표의 말이다. “신문을 보급하고 얼마를 받느냐”는 다소 당황스런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는 “돈 한 푼 쥐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소신을 실천한 결과였기 때문에 뿌듯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매주 10부만 나눠드리기 때문에 신문이 도착하는 날, 늦게 오시는 어르신 고객들은 일부러 오셨다가 허탕을 치고 가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신문 못 받았다고 기름도 안 넣고 그냥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유소 단골손님인 이재용(70·고양시 백석동) 어르신은 “사회·경제 기사야 다른 신문이나 뉴스에서 다 다뤄주니까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노인에 관한 전문정보는 ‘백세시대’이 아니면 구하기 어려워 꼭 날짜를 맞춰 주유소에 들른다”고 전했다.

자신감을 얻은 정 대표는 노인 고객층에게 ‘백세시대’을 적극 권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노인을 위한 신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소액이나마 매출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노인문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주유소에서도 건전한 노인문화를 보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라며 “고령화사회를 맞아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인 주유소에서 자가운전을 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전문정보지를 비롯해 노인에게 필요한 각종 제품을 보급하는 새로운 사업을 벌여보면 어떨까 고민 중”이라며 ‘농반진반’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정 대표는 “젊은사람들, 지금이야 노인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노인이 되는 것 아니냐”며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노년층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면 자신의 노후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함문식 기자 moo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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