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개선돼야 할 커피숍 셀프서비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개선돼야 할 커피숍 셀프서비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6.26 10:54
  • 호수 8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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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물은 셀프’가 물이 영어로 셀프라는 뜻인가요?”

마치 어린 아이가 할 법한 우스꽝스러운 질문이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당시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이 진지하게 물었던 말이다. 실제로 뉴스에서는 심심찮게 이를 다루기도 했다. 현재는 보편화된 ‘셀프서비스’지만 30여년 전만 해도 생소한 문화였던 것이다.

셀프서비스는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이 적은 일본에서 활성화됐고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창기만 해도 반발하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서비스 방식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세한 자영업자의 경우 많은 인원을 고용할 수 없고, 종업원의 일 과부하 방지와 음식 가격 안정을 위해 셀프서비스는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결국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을 스스로 떠다 마시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셀프서비스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만해도 음식을 주문하고 손님이 이를 직접 ‘서빙’하는 것은 패스트푸드점과 휴게소, 백화점 푸드코트 정도였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확대‧정착되면서 음료까지 고객이 직접 가져가야 하는 것이 표준으로 정착됐다.

식당의 경우 종업원이 음식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추가 반찬을 가져다주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럼에도 상당수 식당이 여전히 물통에 물을 담아 직접 가져다주며 추가 반찬 정도로 셀프서비스를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손님이 한산할 경우 직접 서비스를 해준다.

커피숍은 사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물을 줄 필요도, 추가 반찬도 없다. 치워야 할 그릇도 5분의 1 수준이지만 전부 고객에게 맡긴다. 바쁠 때야 이해되지만 손님이 없어 한적함에도 종업원은 담소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하며 놀고, 손님이 빈 잔을 치우는 다소 황당한 상황도 연출된다. 

과거 ‘다방’이라 불리던 시절만 해도 음료를 주문하면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줬다. 물론 치우는 것도 종업원의 몫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가게 내부 청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커피숍 중에는 손님이 셀프서비스로 커피잔을 반납하고 떠난 뒤에도 테이블을 정리하지 않다가 다른 손님의 요청이 오면 부랴부랴 치워주는 곳이 많다. 일부 손님은 이마저도 미안함을 느껴 직접 치우기까지 한다.

커피숍에 지불하는 비용에는 커피만이 아닌, 서빙과 쾌적한 테이블을 제공받는 것 등도 포함돼 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까지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한가한 시간에라도 직접 가져다주고 치우며 매장을 쾌적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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