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회장 활동비 및 실버 에티켓(이‧미용권) 인상, 실버카 제공
노인회가 앞장서 가리왕산 올림픽 국가정원 조성에 협조해줘 감사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전 군민 공영버스 무료화’라는 말에는 노인의 자존감 문제가 들어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은 7월 1일부터 군민 모두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다. 지난 5년간은 65세 이상 노인과 청소년에게만 주어진 ‘특혜’였다. 그러나 이날부터는 정선을 찾는 관광객도 누릴 수 있게 됐다. 교통복지 모델의 새로운 전환점인 셈이다.
최승준(69) 정선군수는 ‘백세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군민의 시선 등으로 ) 어르신들이 버스 이용 시 눈치를 볼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라며 “앞으로는 그런 심리적인 압박감 없이 자유롭게 버스를 이용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노인들이 한켠의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지킬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정선군 전체 인구는 3만3412명, 노인인구는 1만1691명(35%)이다. 최승준 군수는 대원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제4·5대 정선군의회 의원과 의장을 역임했다. 제40·42대 정선군수에 이어 2022년 7월에 제43대 정선군수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정선청년회의소 회장, 정선군체육회 회장, 정선군장학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군에서 직접 버스를 운영(공영버스)하게 된 계기라면.
“정선에 강원여객 등 4개 버스업체가 57개 시내버스 노선을 운영했다. 군청은 적자를 보는 이들 업체에 손실보전금(35억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배차 시간, 서비스 품질 등에 대한 민원이 많아져 개선점을 찾게 됐다. 이왕 손실보전금을 줄 바에는 그 비용으로 우리가 직접 운영하면 민원도 해소되고, 지역경제 활성화, 정주 여건 개선, 인구 유입 등 좋은 점이 더 많을 것 같았다. 실제로 공영버스제를 하고 나서 56억원의 지역경제 효과가 발생했다.”
-운수업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당연하다. 충분한 영업권 보상, 버스 기사와 기존의 버스를 승계하는 등의 조건을 내세워 협상에 들어갔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때 가장 규모가 큰 업체에서 노사 분규가 일어났고, 그 와중에 협상이 타결되면서 다른 업체들도 뒤따라 응했다.”
-공영버스 무료화는 큰 복지 중 하나다.
“백전리에서 읍내에 들어오려면 편도 7000원, 왕복 1만4000원이 든다. 경제적인 혜택 외에 버스를 기다리는 불편함도 해소했다. 과거에는 수익이 나는 노선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버스를 잘 보내지 않았다. 특히 학생들 등하교를 고려하지 않고 아침 늦게 출발해 저녁 일찍 끊기는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모두 개선했다. 배차 시간을 충분히 잡아 어르신들 승하차 시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어르신 집까지 짐도 들어드리도록 했다.”
정선군은 노후 정류장을 버스 도착 시간 등을 알려주고 온열의자도 갖춘 ‘스마트 정류장’으로 바꾸었고, 기존의 디젤 버스를 환경보호의 친환경저상버스로 교체했다.
-무료화로 인한 적자 부담은.
“군민 편익을 위한 사업을 적자, 흑자의 개념으로 볼 일이 아니다.”
-정선군만의 노인복지라면.
“2021년부터 75세 어르신을 대상으로 연간 12만원 상당의 목욕 및 이·미용권 ‘실버에티켓’을 지급했다. 2년 전에 연령을 70세로 낮추고, 올해부터 액수도 18만원으로 인상했다. 8400여명의 어르신들이 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다. 관내 이·미용업체도 이를 통해 10억원 이상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내 모금된 고향사랑기부금(8800만원)을 활용해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실버카’를 지원하기도 했다.”
정선군은 농번기에 마을 단위의 공동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파종기, 수확기 등 바쁜 농사철에 집에서 밥상을 차리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마을회관 등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선군은 조만간 무료 대상포진예방주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최 군수는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노인복지정책을 여럿 시행했다. 대표적인 예가 ‘어르신한마음체육대회’이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이근식 대한노인회 강원 정선군지회장은 “의용소방대, 이·반장, 공무원 대상의 체육대회는 있었지만 노인을 위한 체육대회가 없었다”며 “군수께서 5년 전 대회를 신설해 매년 3000만원의 예산으로 파크골프컬리, 오재미·주사위던지기 등 6개 종목의 경기를 치른다”고 소개했다.
-경로당 현황과 시설 수준은.
“관내 173개소의 경로당에 7746명의 어르신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경로당 시설 보강 및 환경개선에 매년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최 군수는 경로당 회장 활동비도 증액했다. 취임 직후 경로당 회장을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5만원씩 주던 활동비를 지난해부터 10만원으로 100% 인상한 것이다. 분회장과 지회 임원들에게도 2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는 어떤가.
“어르신들이 만나서 소통하는 등 건강한 노후 영위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이다. 등하교 안심지킴이, 노노케어, 실버카페 등 38개 사업단에 3162명이 참여하고 있다. 27만원의 활동비에 3만원을 추가해 30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기초연금 수급 유무 등도 따지지 않는다.”
-군수가 된 계기라면.
“무상급식 때문이었다. 제가 군의회 의원 시절 무상급식 조례를 처음 만들어 통과시켰다. 그런데 당시 집행 권한이 있는 군수가 이를 시행하지 않아 조례가 유명무실해졌다. 그래서 내가 군수가 돼 시행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당선되자마자 두 달 만에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그것도 선별적이 아니라 전교생 대상이었다.”
-여유 있는 가정에도 지원된다고.
“부모가 안 계시거나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대상자로 주목받으면 자존심이 상하는 등 비교육적인 면이 크다. 그런 걸 막기 위해 모두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 위주여서 생산자인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고, 친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교육도 이뤄지는 효과가 있다.”
-재임 중 가장 주력한 부문은.
“우리나라 최대 석탄 생산지였던 정선이 하루아침에 폐광을 맞아 지역경제가 파탄 지경에 놓였다. 관광산업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군민의 요구로 카지노업체 강원랜드가 들어섰다. 그런데 정부가 도박 중독 예방을 위해 카지노 영업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군민들과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고, 작년에 일부 결실을 보았다. 또 교통망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2개의 고속도로를 유치 중이다. 평택에서 제천 거쳐 삼척까지 가는 동서고속도로와 양구에서 영천 가는 남북고속도로가 정선에서 만난다. 거기에 KTX가 연결되면 서울역에서 정선역까지 1시간 20분이면 가능하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인터뷰 말미에 ”정선군지회장께서 앞장서서 어르신들과 가리왕산 일대를 올림픽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는 것을 비롯해 고속도로 유치 등 문제 해결에 도움을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며 “경관이 좋은 강변에 군청 민원실이 들어가는 최신식의 노인회관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준 정선군수 프로필
▷1956년 정선군 정선읍 출생 ▷정선초‧중, 정선농업고
▷대원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제1대 정선군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정선청년회의소 회장 ▷제4대 정선군의회 의원
▷제5대 정선군의회 의장 ▷제40대 정선군 군수
▷정선군체육회 회장 ▷정선군장학회 이사장
▷제42대 정선군 군수 ▷제43대 정선군 군수(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