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행 대한노인회 경기 부천시소사구지회장 “노인들 눈빛이 좀 편안하고 말씨도 좀 부드러워져야 존경받아”

노인회관 리모델링‧경로당 안정화‧회장 활동비 지급… 지난 5년 성과

노인 의식 바꾸려 우정연수원 교육은 물론 가나안농군학교 세 번 입소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모금액은 상관하지 않고 전 경로당 참여에 주안점을 뒀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복구지원 성금 1371만8000원, 산불 피해 복구지원 성금 2488만2000원. 2023년과 2025년 두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난 복구지원에 앞장선 대한노인회 경기 부천시소사구지회가 모금한 금액이다. 두 모금액을 합치면 자그마치 3860만원이다. 튀르키예·시리아 성금은 부천시에서 가장 많은 액수로 알려졌다. 

이신행(83) 대한노인회 경기 부천시소사구지회장은 “모금을 시작할 때 경로당 운영비 통장이나 시 지원 통장에 손대지 말고 오로지 회원들의 성의로만 모으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로당에 일단 나오면 일반노인과는 선별된 것”이라며 “일주일에 세 번 식사는 ‘작은 복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경로당에서 각종 혜택을 받은 만큼 남도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이다.

부천시 소사구 인구는 22만6160명, 노인인구는 4만6600여명이다. 부천시소사구지회에는 117개 경로당, 회원 4000여명이 있다. 

이신행 지회장은 범박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냈다. 범박동 힐스테이트2단지 경로당 회장(8년), 지회 이사, 감사와 부회장을 지냈다. 지난 2020년 9월 단독 출마로 지회장 선거에 당선됐고, 4년 후인 2024년 9월에 실시한 제15대 소사지회장 선거에 재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경기도지사 표창(2회), 부천시장 표창(3회)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거액의 모금은 회원 단합의 상징이다.

“맞다. 우리 회원들이 성금 모금에 거부하는 일이 없다. 성금 최하 액수를 5000원으로 정하고 그 이상은 개인 의사에 맡겼다. 재밌는 점은 경로당 회장이 낸 돈이 (모금의) 기준액이 되는 것 같더라.”

-재선하고 1년이 다가온다. 지난 5년간 어떤 일을 하셨는지.

“노인 의식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교육이 있다면 어디든 갔다. 무주의 우정연수원은 말할 나위 없고, 수년 전 가나안농군학교도 세 번이나 입소했다. 농군학교에서 밥그릇에 밥알이 붙어 있으면 도로 제자리로 가지고 가서 깨끗하게 비워야 했던 기억이 난다. 올들어 가장 큰 행사도 지난 6월 10~11일 이틀간 경로당 회장 100여명이 관광버스 3대에 나눠타고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연수 교육’으로 단양·제천을 다녀온 것이다.”

-경로당 회장들에게 늘 당부하는 말은.

“아는 게 별로 없고 성격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책은 많이 읽는 편이다. 나이가 들수록 존경받으려면 눈빛이 좀 편안해야 하고, 말씨가 좀 부드러워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많이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솔직한 얘기로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가 죽으면 그건 돈이 아니지 않는가. ‘웰다잉’에 관심이 많아 웰다잉 강사를 초빙해 강연도 듣고, 연명치료 거부하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쓰자는 제안도 한다.” 

이 지회장은 노인회관 리모델링도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과거 보건소로 쓰던 노인회관 건물이 낡았다. 지회 부회장 시절, 같은 향우회 회원인 부천시장에게서 4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내부를 뜯어고쳤고, 안면 있는 도의원에게서 5억원을 지원받아 외벽도 말끔히 단장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는.

“보조금 통장에서 3만원을 지원해오다가 시 지원으로 7만원을 드린다.”

이신행 부천시소사구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최해근 사무국장.
이신행 부천시소사구지회장(왼쪽 세 번째)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이 지회장 오른편이 최해근 사무국장.

경로당 회장 활동비와 관련한 에피소드. 이 지회장은 취임 직후 부천시장실을 찾았다. 시장께 “통장은 한 달에 얼마 주느냐”고 물으면서 “30만원을 받는 통장이 10가지 일을 한다면 경로당 회장은 그보다 100배 더 많은 일을 하는데도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반박을 하지 못하고 배석한 직원에게 대책을 세워보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회장들을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활동비를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경로당 안정화’를 성과로 꼽았다.

“노인들끼리 모인 자리에선 하찮은 일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서 회장과 회원 간 마찰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경로당 회장들도 자부심을 갖고 봉사한다. 지회 임원분들이 참 잘 도와주신 덕분이기도 하다.”

-안정화 비결은.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반응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직원들에게 ‘경로당 문제로 찾아오는 회원에게 맞대응보다는 상대의 말에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내용은 같겠지만 방법에 차이를 둔다. 직원이 얘기하는 것과 지회장이 얘기하는 것은 다르다. 지적은 직원이, 칭찬은 지회장의 몫이다.”

-중앙회의 회원 배가 정책에 대해선.

“공감은 하지만 현재의 경로당 시설로선 더 이상의 회원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회원을 늘리기에 앞서 (규모 등) 시설이 나아져야 한다.”  

-경로당 회장 때 어떻게 회원을 늘렸나.

“범박동 480세대 아파트의 단지회장으로 있을 때 단지 내 경로당을 방문했다. 회비 1만원을 낸 회원은 경로당에서 식사하고, 2000원만 낸 회원은 밖으로 나가더라. 동대표들과 상의해 경로당에 10만원을 지원하며 다 같이 점심을 드시라고 했다. 그 후 경로당 측의 제안으로 회장이 됐다. 단지에서 만나는 노인마다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경로당 월례회에 참석하면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13명이 지금은 50여명으로 늘었다. 한 단지에 살아도 일면식조차 없었다가 비로소 경로당에서 같이 밥 먹으면서 자기들끼리 사이가 가까워 진 것이다.”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에 대해선.

“우리는 한 달에 10회, 월·수·금에 식사한다. 지금의 점심 비용보다 배를 지원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미등록경로당을 어떻게 보나.

“전부터 특정 지역에서 또 다른 노인단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우리도 미등록경로당이 한 군데 있었지만 6개월여 회원을 늘리는 등 노력을 한 끝에 정상적인 경로당으로 만들었다. 현재 미등록경로당이 없다.”

-암을 극복했는데 건강은 어떠신가.

“69세 때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50cm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발견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이제는 회복돼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이신행 소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중앙회장께서 바쁘시겠지만 대한노인회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만이라도 효창동 대한노인회를 찾아와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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