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회장단 여수 유람선 크루즈‧노인대학 숲 체험 등… 회원들 “만족”
경로당 분담금 인하해 회장들의 부담 덜어줘… 지회장 활동비도 안 받아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어르신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지회장이 할 일이다.”
7월 말, 나원식(82) 대한노인회 경북 고령군지회장이 ‘백세시대’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노인회 회원들은 올해 들어 웃는 일이 자주 있었다.
경로당 회장과 총무 등 400여명이 여수 유람선 크루즈와 김천 문화콘서트를 다녀왔고, 노인대학과 복지대학 어르신들이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에서 1박 2일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같은 일은 과거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문화 체험 행사다.
나 지회장은 “한국나눔연맹이 어르신들에게 무료 제공하는 기회였다”며 “다녀온 회원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았다”고 말했다.
고령군지회는 또 하반기에 최고의 복지시설을 갖춘 신축 노인복지센터에 입주함으로써 회원들이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복지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군 전체 인구는 2만9874명, 노인인구는 1만2000여명이다. 고령군지회에는 8개 읍·면 분회, 212개 경로당, 회원 1만여 명이 있다.
나원식 지회장은 고령 출신으로 개진농협 조합장(3선), 고령농지개량조합장 등을 지냈다. 고령군지회 개진면분회장을 거쳐 지난 2024년 11월에 제12대 고령군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취임 이후 많은 행사를 치렀다.
“한국나눔연맹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문화 체험의 기회를 가졌다. 경로당 회장과 총무들이 관광버스 10대에 나눠타고 여수를 찾아 크루즈를 경험했다. 김천 문화콘서트에서 배우, 가수, 성우들의 흥겨운 공연도 즐겼다.”
-한국나눔연맹은 어떤 단체인가.
“천사무료급식소, 효도 관광, 어르신 합동 생신잔치 등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순수 선행 기관으로 정부 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지난 5월에 고령군수, 도의원, 군의원 등이 참가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250명 주민들에게 쌀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행사도 열었다.”
-노인대학이 활성화된 것 같다.
“우리는 노인대학 외에 여성만 있는 복지대학을 따로 두었다. 두 대학 학생 수는 260여명으로, 지역인사 초청 강연 등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올 초에 고령군수의 특강도 있었고, 경북 산불피해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선거 공약 중 하나가 경로당 분담금(지회에 내는 회비) 문제인데.
“경로당 민원 중 하나가 과중한 분담금 문제이다. 경로당 한 곳당 연 20만원씩 냈는데 이를 10만원으로 인하하려 했다. 그러자 임원들이 지회 운영 사정을 감안해 15만원을 제안했고, 그대로 총회에서 결의됐다.”
나 지회장은 활동비(80만원)도 받지 않는다. 지회장은 봉사하는 자리인데 회원들에게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는.
“수고를 많이 하는 회장과 총무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조만간 군수와 면담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조례를 만들어 군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방법도 있다.”
-노인회관도 신축한다고.
“오래된 보건소 건물을 여러 단체와 같이 사용해 비좁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 군수께서 노인회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줬다. 접근성 좋은 위치에 10월 준공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 중이다.”
총 58억원이 들어간 고령노인복지센터는 연면적 905㎡(약 273평) 규모의 2층 콘크리트 건물이다. 1층에는 사무실, 지회장실, 학장실, 체력단련실, 식당 및 조리실, 2층에는 대강당, 시청각실, 프로그램실이 들어선다.
황수경 고령군지회 사무국장은 “파크골프 유행에 맞춰 체력단련실에 스크린 파크골프 두 개를 설치한다”고 말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아주 잘 돼 있다. 입식에다 공기청정기, 안마의자 등 건강·편의시설을 모두 갖췄다. 냉장고가 고장 났다고 하면 바로 교체해준다.”
-‘행복 밥상’ 사업은 무엇인가.
“경북도와 군 예산 지원으로 지회 가까이에 있는 무료급식소에서 반찬을 만들어 경로당에 배급한다. 배달은 공공일자리의 하나이다. 그리고 다산면분회 경로당에서 삼시세끼 식사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는.
“공원 청소 등 공익형과 역량활용형(사회서비스형) 등에 172명이 참여하고 있다.”
-재가 임종에 대해선.
“많은 노인이 가족 의사 결정에 따라서 요양원에 들어간다. 극히 드문 일이겠지만 (요양원에) 들어간 지 몇 달 안 돼 세상을 뜨기도 한다. 가족의 돌봄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게 순리이다. 저는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썼다.“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해선.
“요즘 65세를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70대 초반의 여성을 부회장으로 영입하려 하자 그이가 자기는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양하더라. 그만큼 젊어졌다.”
-고령군지회는 미등록경로당이 없는지.
“우리는 없다.”
-농협장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고령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없어 고심하던 차에 ‘개진 감자’를 처음 브랜드화 했다. 20여년 전 강원도, 밀양 등지에서 종자와 기계를 가져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배에 성공했다. 녹말분이 월등히 많은데다 식이섬유와 비타민이 풍부해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다. 농가 소득증대에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보람도 느낀다.”
-고령군 자랑을 부탁한다.
“예부터 인심이 좋고, 악한 사람이 나오지 않은 고장이다. 공기도 깨끗하고 자연환경이 뛰어나 노인 살기에 좋다. 세계유산 도시로서 앞으로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노인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은.
“먼저 건강을 당부드린다. 자신부터 잘 지켜야 하지 않겠나. 젊은이들에게 잘하시라고 말씀드린다. 과거에 젊은 사람들로부터 커피·식사 대접을 받았다면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먼저 사야 노인 대접도 받고 존경도 받는다.”
나원식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임기 내에 경로당 회장과 총무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를 해주고, 아울러 직원들의 처우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