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처럼 어르신들 섬긴다’(事老如天)는 말, 가슴에 새기고 일에 임해
경로당 순회하며 노인 전동차 안전 운행 및 건강 관리 등 교육 실시
[백세시대 = 오현주 기자] “‘저기 아무개 영감이 걸어간다’라는 말 듣지 않고, ‘어르신이 걸어가신다’라는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
지난 9월 16일, 전북 순창군지회 노인회관에서 만난 최일천(80) 순창군지회장의 지론이다. 명쾌한 답이다. 대한노인회가 지향하는 바를 쉽게 설명한 말이기도 하다. 뒤에서 ‘어르신’이라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상대가 마음 속으로부터 존경심이 우러나올 때 비로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취임 4개월을 맞은 최 지회장에게 “지회 일 해 보시니 어떠신가?”라고 묻자 “순창의 노인을 위해 열심히 일해보겠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노인회에) 들어왔다”며 “‘사노여천’(事老如天·어르신 섬김을 하늘을 섬김과 같이 한다는 의미)의 마음으로 일한다”고 했다.
전북 순창군 인구는 2만6000여명, 노인인구는 1만2000여명이다. 순창군지회에는 11개 읍·면 분회, 376개 경로당, 회원 1만여명이 있다.
최일천 지회장은 순창군의원, 순창 농협 조합장을 지냈다. 순창군지회 유등면 분회장과 노인대학장을 거쳐 2025년 3월에 실시한 18대 순창군지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서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유등면 주민자치위원장, 전주검찰청 남원지청 범죄예방위원회 감사 등을 지냈다. 현재 순창향교 감사, 유등면 기초생활거점사업 위원, 순창시니어클럽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노인복지가 핵심 공약이다.
“직원에게 늘 정직·성실·봉사를 다짐토록 한다. 욕심 없이, 성실히 봉사하는 정신으로 일에 임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우리 직원들은 그런 자세로 일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복지가 잘된다고 본다.”
-노인들이 할 일이라면.
“대한노인회 노인강령에 나와 있듯이 후손이나 젊은이들에게 존경받는 노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감이 간다’는 말보다는 ‘어르신이 가신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부족한 게 없다고 본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다 갖췄다. 경로당도 청소해주고, 낡은 곳은 면에서 바로 리모델링을 해준다. 폭염 때 군수께서 ‘댁에 계시지 말고 시원하게 냉방이 잘 되는 경로당에 나오셔서 지내시라’고 말씀할 정도로 쾌적하다.”
-경로당 식사 형태는.
“경로당마다 다르며 주2~3회 자체적으로 해 먹는다. 하반기부터 70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스마트경로당 시범사업을 한다.”
-회원 확대에 관해선.
“중앙회가 실시하는 회원 배가 사업에 전국 9위를 점했다. 순창은 만 65세 이상 되면 임의가입을 하게 한다.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중앙회에 보고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경로당 회장, 분회장에 대한 대우는.
“경로당 회장과 총무를 지역봉사지도원에 위촉해 5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분회장에 대해선 일자리로 대체하고 있다. 활동비 10만원 인상안을 9월 예산 편성에 반영해달라고 (군청에) 올리려 한다.”
순창군지회는 일찌감치 경로당 회장·총무 활동비를 지급해 타 시·군 지회가 관련된 기안 작성 시 참고자료가 되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는.
“노인회관 2층에 시니어클럽이 있다. 제가 시니어클럽 운영위원장이고, 부회장들이 운영위원이다. 경로당 청소 등에 3300여명이 참여하고 한 해 예산이 178억 원에 달한다. 군수께서 노인복지라면 물불 가리지 않을 정도로 잘해주신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조동환 사무국장은 “순창만의 노인복지”라면서 “65세 이상에 이발·목욕비 24만원을 지원하고, 택시비 1000원으로 군내 어디든 갈 수 있고, 군 차원에서 조만간 추모공원(납골당)도 조성한다”고 말했다.
-경로당 순회 교육은 어떤 내용인가.
“어르신들이 많이 애용하는 노인 전동차가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다. 항상 주의해서 타고 다니시라고 말씀드린다. 늙어서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수당이 나오면 아들, 손자는 적당히 챙기고, 먼저 내 몸을 위해 쓰시라고 조언한다. 농협장 할 때 보니까 가난하다는 노인들이 실제로는 통장에 1000만원, 2000만원씩 넣어두고 있더라. 은행에 10억, 20억 쌓아둔 돈은 내 것이 아니라 은행 돈에 불과하다. 자기를 위해 다 쓰시라고 권한다.”
-노인대학장을 지냈다.
“순창군지회 노인대학은 남다르다. 학생 수가 200명에 달하고, 군수·군 의장·교수·의사 등 외부 강사의 특강과 웃음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군청 예산으로 점심도 제공된다.”
최 지회장은 “저도 ‘음·양의 조화’를 주제로 특강했다”며 “예컨대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있는 보리는 ‘양’, 익으면서 고개를 숙이는 벼 나락을 ‘음’에 비유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과 죽음도 음양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사업에 탁월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안다.
“지회 취업지원센터장이 2023~24년 잇따라 ‘취업왕’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24~25년 노인자원봉사 활성화 지원사업 평가 우수지회 표창을 수상했다. 직원들이 노인복지 향상이란 목표 아래 한마음으로 뭉쳐 헌신한 결과라고 본다.”
-봉사단 활동도 활성화됐다.
“어울림·푸른하늘길·꽃다운 등 8개 봉사단이 관광지 안내 및 환경정화, 일손 부족 농가 돕기, 생태천 지킴이 활동 등 지역사회 발전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사회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은.
“벼 모판을 만드는데 흙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각자가 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가 황토를 실어 날라야 했다. 군의원 시절 마을회관 앞에다 황토를 쌓아놓고 가져가게 함으로써 농부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모판 상토 지원사업’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농협장 시절에는 예수금을 많이 유치하고, 높은 가격으로 벼를 수매해 회원 농가 수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최일천 순창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한가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현재 천차만별인 지회장 활동비가 보건복지부와 중앙회의 역할을 통해 일괄적으로 되고, 직원들 보수도 공무원 수준에 맞춰 인상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