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오현주 기자] 이번 국정감사의 수확 중 하나라면 사퇴해야 할 두 사람을 색출(?)해낸 것이다.
먼저 조원철 법제처장.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받는 여러 혐의에 대해 “다 무죄”라고 단언했다. 조 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 대통령이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5개 재판, 12개 혐의에 대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받자 “이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답했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정부 내 대표적인 ‘친명 법조 인맥’이다. 16년간 판사로 일하다 2015년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대장동 사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만약 변호사 시절이라면 그의 발언은 문제 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차관급 고위 공직자다. 유무죄를 판단하는 판사는 더더욱 아니다.
이 대통령 관련 5개 재판은 6·3조기 대선 이후 모두 중단된 상태다. 그럼에도 무죄 운운하는 건 법적으로도 무의미하며 정치적 논란만 키울 뿐이다. 조 처장은 “검찰이 검찰권을 남용해 무고한 대통령을 유례없이 기소했다”고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법원이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제처장으로서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위험한 발언이다.
법제처는 어떤 곳인가. 행정부의 법률 유권해석과 입법 정책 조정·지원을 맡는 핵심 기관이다. 각 부처가 마련한 법령안에 위헌·위법요소를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법치주의 실현과 법제 행정의 중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관의 책임자가 마치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야당은 당연히 조 처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여당 내에서조차 조 처장의 답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감은 자신의 신념을 밝힐 자리가 아니다”라며 “당연히 개인적으로 저도 이 대통령의 혐의가 무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공적인 지위와 책임이 따르는 그런 자리에서 주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혁 원내소통 수석부대표도 “사안을 좀 더 잘 알다 보니까 본인은 좀 더 확신에 차서 얘기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공직자는 공직자의 답변 자세가 있다”고 했고, 추미애 법사위원장마저도 “그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번 사안을 떠나 조 처장을 그 자리에 앉힌 자체가 잘못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학과 사법연수원 동기였던 이완규 변호사를 법제처장으로 임명하자 “윤석열의 법률적 호위 무사”라며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그랬던 민주당이 조 처장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국민의힘도 같은 이유로 조 처장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할 것이다.
국감에서 가장 따가운 시선을 받은 이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은 딸 축의금과 MBC 보도 개입 등으로 호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반성의 빛이 전혀 없다. 오히려 국민을 가르치려는 듯한 발언으로 화를 키우고 있다.
최 위원장은 국감 중에 과방위 피감기관인 통신사와 방송사 관계자들로부터 최대 100만원의 축의금을 받았다. 나중에 돌려주었다고 하지만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국회 예식장 예약과 관련해서도 거짓말 시비가 따랐고, ‘양자역학 공부’ 운운으로 비아냥 소리를 듣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허위 조작 정보에 휘둘리지 않도록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신으로 무장할 때”라고 밝혔다. 자신의 특권적 언행을 ‘허위 조작 정보에 맞서는 것’이라고 하고, 때아니게 자기방어를 위해 노무현 정신까지 끌어온 것이다.
조원철 법제처장,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공직을 맡을 자격이 부족한 인물들이다. 국감을 평가절하하는 이도 많지만, 이처럼 함량 미달의 공직자를 걸러내는 데는 얼마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