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이한영                      사단법인 세계골프지도자협회 이사장
이한영 사단법인 세계골프지도자협회 이사장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것이 있다. 그 의미를 곱씹어 보면 나름 수긍되는 이야기인데 예전에는 쭉쭉 뻗고 잘생긴 소나무는 대부분 궁이나 사찰의 대들보, 기둥, 처마로 사용하느라 잘려 나가고 이리저리 휘고 못생긴 소나무는 쓸모가 없으니 무덤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한양CC에는 유독 멋진 소나무들이 많다. 그 이유는 코스의 일부가 과거 서삼릉 땅으로 특별히 보호를 받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한양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삼릉이라 칭한 이곳에는 조선왕조 인종의 묘인 효릉, 철종의 묘인 예릉, 중종비 장경왕후의 묘인 희릉, 왕족 무덤과 태무덤이 안치돼 있다.

이곳에 유독 눈길을 끄는 유명한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바로 구 코스 15번 홀에 있는 용송이다. 그 형상이 마치 힘차게 꿈틀대며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 소나무는 키는 비록 3m이지만 그 추정되는 수령은 자그마치 900살이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라운드 중 이 용송을 보고 감탄하니, 한 대기업 총수가 엄청난 액수를 제시하며 청와대로 옮기려 했지만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리저리 휜 소나무들이 인기

철근과 콘크리트가 대세인 요즘 곧게 뻗은 평범한 소나무의 필요성은 줄고 이리저리 휜 소나무들은 잘생기고, 모양새가 독특하다는 이유로 매우 비싼 가격으로 팔려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소나무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인데, 이것이 어찌 소나무만 그렇겠는가?

장자의 ‘인간세’ 편에서 무용지용(無用之用) ‘큰 산에 있는 나무들을 보라. 곧고 크게 자란 나무는 먼저 베어져 나가고, 구부러지고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기준으로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큰 쓸모가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앞서 이야기한 속담은 요즘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에 다시 많이 회자되고 있다. 공부 잘하고 출세한 자식은 국가와 회사의 자식이 되어 늘 바빠 부모를 공양하지 못하고, 오히려 평범한 자식이 부모의 곁을 지키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정 많은 평범한 자식이 부모 봉양

최근 주변에는 ‘잘난 자식보다 평범한 자식이 효도한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많이 듣는다. 뛰어나게 성공하지 못하고 세상 평가에 뒤처진 듯 보였던 자식이 오히려 부모 곁을 지키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다해 봉양하는 반면 겉으로는 사회적으로 성공해 번듯하게 잘난 자식은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의 곁을 떠나 있고, 효심을 물질로 대신하려 한다고 한다. 

부모의 마음은 화려한 물질보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세상에서 인정받는 능력보다 부모를 향한 진심이 더 귀한 요즘 결국 효는 능력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온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자식이란 결국,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한 정 많은 자식의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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