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섭 대한노인회 부천시 오정구지회장 “경로당 회장들, 일 참 잘해…있는 거 다 내주고 저녁까지 챙겨줘”

취임 1년여 만에 경로당 회장 활동비 인상… 내년부터 10만원으로 

경로당 광역화하면 활성화될 듯… 저렴한 점심, 다양한 취미 활동 

[백세시대 = 오현주 기자] “늙은 것도 서운한데 그런 얘기까지는 못한다.”

이인섭(85) 대한노인회 경기 부천시 오정구지회장은 “남에게 손 벌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1월 10일, 이 지회장에게 ‘기관·단체의 노인회 지원’ 문제를 꺼내자 “다른 곳에선 업체를 찾아가 우리 놀러 간다고 협찬을 부탁한다는데 난 정말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 그런 건 안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부천이 어려운 곳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경로당 운영을 참 잘하는 회장님들이 있다. 그분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는 말을 했다.

부천시 오정구 인구는 14만8900여 명, 노인인구는 2만4000여명이다. 오정구지회에는 91개 경로당, 23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이인섭 오정구지회장은 충남 연기군 태생으로 내무부 경찰직 공무원을 26년간 했다. 대한노인회 부천시 오정구지회 오정(남)경로당 회장, 지회 부회장, 원로회장 등을 거쳐 지난 2024년 9월 13일, 제11대 오정구지회장에 취임했다.  

-노인회관이 빌라촌 한가운데에 있다.

“건물을 처음 지을 때 만해도 다들 대단하다고 했지만 세월이 지나 낡고 사방에 물이 샌다. 경기도에서 1억5000만원을 들여 수리 중이다.” 

-취임한 지 1년이 막 지났다.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부천에는 대한노인회 원미·소사·오정 등 3개 지회가 있다. 엊그제 소사구지회장하고 시에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를 인상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해 거의 실현됐다. 현재 7만원으로 내년부터는 10만원을 받게 된다.”

-경로당 점심 식사 실태는 어떤가.

“경로당마다 다른데 주3일 하는 데도 있고, 주5일 하는 데도 있다. 주5일을 하려면 음식 준비 등을 도와주는 도우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우리는 도우미가 보통 두 명이고, 어느 곳은 네 명까지 보내주기도 한다.”

-여성 회장들이 많은 것 같다.

“전체 경로당의 60% 정도다. 그분들이 일을 참 잘한다. 있는 거 다 내주고, 어떤 때는 조금씩 얻어서 저녁까지 밥을 해줘 먹는 곳도 있다.” 

-경로당 프로그램은 어떤가.

“초창기에 우리가 먼저 스마트경로당을 시작해 화상 기반 플랫폼 설치를 많이 했다. 다른 지회가 10곳이라면 우리는 40곳이 된다. 어르신들이 좋다고 하더니 시간이 가면서 그게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이인섭 오정구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직원들과 기념 촬영했다. 맨 왼쪽이 김남중 사무국장.
이인섭 오정구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직원들과 기념 촬영했다. 맨 왼쪽이 김남중 사무국장.

-노인 일자리는 얼마나 하나.

“300여명이 경로당 식사 도우미, 학교 앞 교통정리 등에 참여하고 있다.”

-중앙회의 회원 배가 운동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

“회원은 반드시 늘려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이번에 새로운 회원이 10%(230여명) 증가했다. 이 운동 전에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1등 100만원, 2등 50만원 식으로 상금을 내걸고 시도한 적이 있다. 경로당 회장이 새 회원 한 명을 영입하면 5만원 준다고도 했다.”

-회원이 늘어나는 걸 원하지 않는 경로당도 있다는데.

“수용 공간이 부족해서도 그렇고, 경로당 회장과 몇몇 회원들이 뭉쳐서 배척하는 곳도 있다. 자기들끼리만 대화하고 눈치를 줘 제 발로 나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그런 현상을 막으려면.

“경로당 회장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경로당 회장이나 지회장을 둔 목적이 노인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새로 들어오면 더 따듯하게 대해주고, 같이 어울려야 한다.”

-경로당 활성화 방안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앙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 가령 경로당에서 지회에 내는 분담금(회비)만 보더라도 가지각색이다. 중앙회가 싱크 탱크 같은 부서를 만들어 분담금 문제부터 노인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경로당을 어떻게 운영하나, 지회는 또 어떻게 운영하나 등등 표준화를 해주면 좋겠다. 물론 공무원 조직처럼 획일화하면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하게 맞아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떤 경로당을 구상하는가. 

“노인복지관이 잘 되는 이유가 있다. 4000원 정도의 식사에 장기를 두고 싶으면 장기 두고, 탐구하고 싶으면 탐구하고, 자기 취향대로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반면에 경로당은 몇 사람이 모여 식사하는 게 일상이다. 매일 보는 사람들끼리 할 말이 얼마나 있겠나. 취미도 서로 같지 않고…. 그러니까 앉았다가 식사만 하면 그냥 간다. (지회장)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행사장에서 만나는 지회장들에게 ‘어떻게 지회를 운영하냐’고 묻곤 한다. 몇몇 지회장들과 경로당을 지역별로 광역화해 복지관식으로 운영하자는데 공감하기도 한다.”

-경찰직 공무원을 오래 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1970~80년대 휴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잇는 이들을 속칭 ‘넝마주이’라고 불렀다. 돈 될만하면 뭐든 집게로 콕 찍어 커다란 망태기에 담아가곤 해 ‘사회악’으로 인식되곤 했다. 박정희 정부가 부천에 집단 거주 시설을 만들어 500명을 수용한 뒤 경찰에게 관리를 맡겼다. 제가 이들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어보겠다는 희망을 품고 그 자리를 자청했다. 운전면허증 취득을 원하는 이들에게 면허시험 응시 기회를 제공하는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에는 1년 반 만에 손들고 나왔다. 사람은 최소한의 기본이 돼 있어야 (교화도) 되는 법인가 보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방금 얘기한 그 사람들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듯이 지회에 온 것도 평생 한 번 노인을 위해 진짜 좋은 일을 해보자는 각오에서다. 오정구가 빈약하고 어려운 곳이다. 그런 가운데도 경로당을 참 잘 운영하는 회장들이 있다. 그들을 도와 노인들을 편하게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노인회 경력 중 ‘원로회장’은 무엇인가.

“전임 지회장들과 경로당 회장들이 모여 원로회를 만들었다. 지회 행사 때 좀 도와주기도 하고 자문도 하고 그런다.” 

이인섭 오정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임기 내에 꼭 하고 싶은 일은 오정구에 체육·오락·식당 등 노인에 관한 모든 시설을 갖춘 노인 종합복지건물 신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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