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배성호 기자] 인간수업(2020), 펜트하우스(2020~2021), 학교 2021(2021~2022), 지금 우리 학교는, 돼지의 왕, 3인칭 복수, 소년심판(이상 2022), 그리고 더 글로리(2023)까지. 2020년 이후 TV와 넷플릭스 등 OTT에서 인기를 얻은 이 드라마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학교 폭력, 일명 ‘학폭’을 직·간접적으로 다룬 드라마들이다. 매년 제작됨에도 매번 성공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폭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학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과 영화 ‘친구’(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 등에서도 1980년대 전후 학교에서 자행됐던 폭력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과거 작품에서는 ‘체벌’이란 이름으로 행사됐던 교사들의 폭력도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작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이 사라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학생들이 저지르는 잔혹한 폭력물이 등장할 때마다 여론은 들끓었음에도 학폭 신고 건수가 줄기는커녕 되레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초·중·고 학교폭력 현황’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폭 접수 건수는 2020학년도 2만5903건에서 2024학년도 5만8502건으로 4년새 2.3배나 뛰었다. 사안이 중대해 학폭위로 넘겨진 사례도 8357건에서 2만7835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초등 4~6학년 학폭 피해율은 2020년 0.9%에서 올해 2.5%로 상승했다.
지난 2023년 2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지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으로 징계를 받고도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 여론이 거셌다. 결국 정 변호사는 하루 만에 낙마했고, 이 사건은 나비효과가 돼 대학들이 ‘학폭 가해 사실’을 입시에 감점 요인으로 의무 반영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대입에 처음 반영된 2025학년도 전형에서 국립대 6곳에 지원한 학폭 가해자 45명이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대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8명), 강원대·전북대(각 5명), 경상대(3명), 서울대(2명) 등이었다. 또 2026학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학폭 가해 이력을 확인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
이러한 조치에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교사의 폭행이 드라마에서 사라졌듯이 언젠가는 학폭 역시 문화콘텐츠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