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13년 끈 론스타 소송서 한국 승소… 외자 유치와 금융 규제 정책 균형 이뤄야

[백세시대 = 배지영 기자]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13년 악연을 ‘승소’로 마무리했다. 당초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절차의 위법성 지적에 집중한 우리 정부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ICSID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며 “취소위원회는 2022년 8월 31일자 중재 판정에서 인정한 ‘한국 정부의 론스타에 대한 배상금 원금 2억165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90억원) 및 이에 대한 이자’의 지급 의무를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당초 중재 판정에서 인정됐던 현재 환율 기준 약 4000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됐으며,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그간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약 73억원을 30일 이내에 지급하라’는 환수 결정도 받아냈다.

론스타 분쟁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시작됐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한 뒤 2012년 하나금융에 매각해 약 4조7000억원(배당 포함)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감사원은 2006년 외환은행이 인수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 부적절한 ‘헐값 매각’ 됐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론스타는 2012년 11월 46억7950만달러(약 6조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국제투자분쟁(ISDS)을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론스타 측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금융 당국이 매각 승인을 고의로 지연시켰고, 매각 대금을 인하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자의적 기준을 적용해 과세했다고도 했다.

이에 중재 판정부는 중재 제기 10년 만인 2022년 8월 론스타 측 청구를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금의 4.6%인 2억16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론스타는 배상 금액이 적다며 불복했고, 당시 정부도 절차적 위법, 이중 계산된 이자, 불충분한 서면 검토 등 판정의 뿌리부터 문제를 제기하며 무효 신청을 제기했다.

양측의 취소 신청으로 꾸려진 ICSID 론스타 취소위원회는 2023년 11월부터 판정 취소 절차를 진행했고, 지난 9월 심리를 종결했다. 그리고 당초 중재 판정은 전면 무효가 됐다. 

이로써 론스타는 자신들이 요구한 거액은커녕, 오히려 한국 정부의 소송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흔하지도 않은 완전 무효화 판정이다. 정부에 따르면, 취소 신청 승소율은 전부 취소한 경우 전체 신청 사건의 1.6%, 부분 취소 등은 5.6%에 불과하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11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래 판정에 근본적인 절차 규칙의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ICSID 취소위원회에서 받아들여졌다”며 “ICSID 중재 판정부가 사건 당사자인 우리 정부와 무관한 국제상업회의소(ICC)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해 한국의 변론권 및 반대신문권을 박탈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론스타는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취소 소송은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기존 판결의 효력 자체가 사라진 것이기에, 론스타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새로운 절차가 시작된다. 

이번 판정은 ‘절차적 하자’라는 법적 기술 요소가 뒤집은 결과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정책 판단 또는 감독 조치가 국제적으로 완전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승리는 분명 아름답지만, 이는 우리가 본질적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리의 함성보다 냉정한 재점검이다. 국제중재 대응 역량은 이미 국가 경쟁력의 일부가 됐다.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은 앞으로도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만큼 한국은 외국 투자자 유치와 금융 규제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조율해야 하며, 과거처럼 한쪽에 치우친 판단이 향후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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