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 “어르신들 넉넉한 인품에 존경하는 마음… 귀엽고 사랑스러워”

존엄한 죽음 위한 웰다잉 확산 사업 추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받아

스마트경로당에 노래·요가 프로그램 송출… 화상회의 시스템 작동 도와 

[백세시대 = 오현주 기자] “어르신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지난 11월 18일, 서울 목동어르신복지관에서 만난 박노숙(61)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에게 “노인을 좋아하느냐”고 묻자, 환한 얼굴로 이같이 답했다. 

이어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친 노인을 ‘통합기’라고 한다.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을 깨달을 수 있는 나이가 노인이다. 그런 분이 손주 또래의 사회복지사가 ‘요거, 하실까요?’ 하면 웃으며 ‘하라니까 그렇게 하지’라고 말한다”라며 “어르신들을 존경하는 마음은 기본인 거고, 그 넉넉한 인품에 그런 느낌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목동어르신복지관 관장이기도 한 박노숙 회장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사, 한국노년학회 부회장, 복지부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위원 등 정부와 노인단체에서 노인복지와 권익증진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포장(2024년)을 비롯, 경기도지사상(2010년), 복지부장관상(2014년), 서울시장상(2019년) 등을 수상했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이하 한노협)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

“한노협은 전국 350여 개 노인복지관, 300여만 명 회원들의 공동 이익 추구를 위해 1998년에 설립됐다. 서울을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곳이 노원·관악노인복지관이다. 복지관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료품과 점심 등을 대접하는 일이 주였다.”

-노인복지관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된 계기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시·군민을 잘살도록 지원하겠다며 복지관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2000~2015년 사이에 노인복지관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가가 일차적으로 생활보호대상자를 지원해주면서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나아졌고, 그 무렵 노인복지법도 만들어졌다.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여가 활동도 지원하자는 취지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한노협이 하는 일은.

“노인 관련 정책을 만들어, 지자체에 제안하고, 정책을 모아 국회에 제안하는 일을 비롯해 프로그램 개발·보급, 다양한 교육 등을 실시한다. 매년 500여 명의 관계자가 모이는 전국노인복지관 대회와 최고 및 중간관리자 연수를 2박 3일 진행하고 있다.”

-교육이라면.

“현대자동차로부터 연 5억 이상 지원받아 어르신 베테랑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복지부의 민간단체 지원사업으로 치매 전 단계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 뇌 건강 연구 등을 실시한다.”

-노인복지관의 주요 활동을 소개해 달라.

“대한노인회처럼 자원봉사사업으로 ‘선배시민, 공동체를 디자인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 291개 기관에서 1만1000명이 활동하고, 봉사단 수도 707개에 이른다. 목동어르신복지관도 5개 자원봉사단(50명)이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전통놀이를 가르치고, 복지관과 주변의 꽃을 가꾸는 활동을 한다.”

-노인 일자리는.

“109만여 개 가운데 시니어클럽이 55%, 한노협과 대한노인회가 각각 20% 그리고 나머지를 지자체가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

박 회장은 “웰다잉 확산 사업도 복지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라며 “웰다잉 강의, 체험, 실습을 한다”고 말했다.

-웰다잉 체험은 무엇인가.

“관속에 누워 보는 것도 있고, 영정사진을 앞에 놓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죽음’을 주제로 토론한다. 노인복지관은 사전연명등록기관으로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받기도 한다.”

-노인복지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받는다고?

“그렇다. 3년 전부터 사전연명의료 관련 교육을 수료한 직원들이 복지관 내 상담실에서 상담을 통해 신청을 받는다. 현재 19세 이상 인구 중 약300만명이 등록증을 발급받았고, 그 중 노인복지관을 통해 받은 어르신이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로당과 복지관이 하는 일이 겹치는 것 같다.

“두 기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연령 차가 클 뿐만 아니라 서비스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우리는 경로당 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어르신들께 디지털을 포함해 풍부한 여가 생활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박 회장은 “복지관에 따라 경로당 활성화 지원사업을 한다”며 “복지관 직원이 스마트경로당에 노래·요가 등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경로당을 방문해 화상회의 시스템 조작을 도와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복지관 수준이 외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복지관은 우리나라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형태의 복지시설이다. 복지 선진국이라고 하는 북유럽에도 없다. 우리 고유의 민족성과 생활관습 때문인 것 같다. 예로부터 우리는 잘 모이고, ‘두레’라는 상부상조의 전통이 있었다. 반면, 선진국은 개인주의가 발달한 데다 개인 능력에 따라 복지포인트인 바우처서비스를 활용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그런 이유로 외국은 복지관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 해도 참여율이 낮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노인 개개인에 대한 복지가 취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노인복지관을 노인회가 수탁·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국가가 3년마다 평가한다. 법인 전입금과 직원의 장기근속 등 평가지표가 촘촘하다. 노인회가 수탁 운영하는 경우 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적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가가 모든 걸 말하지는 않지만 사회복지법인 혹은 다른 법인보다는 노인복지 환경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어떻게 노인 분야에서 일하게 됐나. 

“일단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자격이 주어졌고, 첫 일자리가 부천시오정노인복지관이었다.”

-부모님은 경로당에 나가시는지.

“코로나19 사태가 나기 전 5년 정도 이용하셨다. 요즘은 와상(臥床) 상태로 집에서 아들, 딸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재선이다. 두 번 신임 받은 배경이라면.

“특정 단체의 노인 관련법 제정 반대를 위해 노인복지관장들이 8개월간 국회 앞에서 하루 10시간씩 1인시위를 했다. 3~5년 후 사회복지와 노인복지 패러다임 변화를 모색한 점, 선배시민·웰다잉·인지·노인복지법 개정 등 11개 위원회 운영으로 지역 편차 완화를 꾀한 점 그리고 국회와 복지부와의 협력과 조율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인정받아 95%의 지지로 연임됐다.”


박노숙 회장 프로필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졸업▷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 과정▷부천시오정노인복지관 관장 ▷경기도노인종합복지관협회 회장 ▷보건복지부 치매관리위원회 위원 ▷성공회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노년학회 부회장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사 ▷목동어르신복지관 관장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8‧9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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