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대화하며 자서전 쓰고, 동화 지어 뿌듯해”…새로운 노인문화로 확산

전주 금암노인복지관 어르신 13명은 챗GPT 도움 받아 각자 자서전 완성

김해시서부노인종합복지관·춘천남부노인복지관 회원들은 동화책 만들어

최근 챗GPT 를 비롯한 생성형 AI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해 어르신들이 인생기록을 한 권의 자서전으로 완성하고, 동화를 창작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AI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을 완성한 전북 전주시 금남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출판기념회.
최근 챗GPT 를 비롯한 생성형 AI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해 어르신들이 인생기록을 한 권의 자서전으로 완성하고, 동화를 창작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AI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을 완성한 전북 전주시 금남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출판기념회.

[백세시대 = 배성호 기자] 지난 10월 28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전북은행 본점 내 JB스퀘어에서는 특별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김연희·김영이·박갑수·박춘식 등 13명의 ‘청춘작가’들이 3개월간 쓴 각자의 자서전을 공개하는 합동 출판기념회를 연 것이다. 특히 이번 기념회가 눈길을 끈 것은 청춘작가 전원이 글쓰기가 서투름에도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자서전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작가들은 “AI가 낯설고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보니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AI가 일상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이를 활용한 어르신들의 창작 활동이 새로운 경향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 대필이나 영상 제작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해 스스로 자서전과 동화를 집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북 전주시 금암노인복지관은 전북은행과 함께 7월부터 10월까지 ‘청춘의 꿈, AI로 만나는 내 삶의 이야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챗GPT 활용법을 배우며 디지털문화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서전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복지관 회원 13명이 참여했다.

복지관은 프로젝트 초기에 ▲빠른 정보 정리·검색 도구로 쓰기 ▲일정·업무를 맡기는 디지털 비서로 활용하기 ▲동화·소설·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는 창작 파트너로 사용하기 등 실질적인 챗GPT 활용법을 교육했다.

어르신들은 이후 자신의 삶을 A4 용지 20~30매 분량으로 정리했으며, 비문이나 흐름이 다소 어색한 초고도 챗GPT의 교정 기능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글로 다듬어 갔다. 복지관 관계자는 “처음에는 어려워하셨지만 익숙해지고 나서는 키오스크보다도 빠르게 적응하며 순조롭게 자서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디지털포용협회도 10월 13일부터 11월 6일까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AI 자서전 쓰기 인생사(史)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협회가 개발한 챗봇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하나씩 꺼내 정리하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챗봇과 대화하며 이야기를 완성했다. 한 참가자는 “AI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마치 오랜 친구와 얘기하는 느낌이었다”며 “내 삶이 이렇게 따뜻하게 기록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이 쓴 동화책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경남 김해서부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의 모습.
자신이 쓴 동화책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경남 김해서부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의 모습.

AI 기술은 동화 창작에도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경남 김해시서부노인종합복지관은 김해율하도서관과 함께 8월부터 10월까지 ‘AI 독서창작’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르신들이 직접 동화책 한 권을 완성하도록 지원했다. 

초기에는 기본 활용법을 익히고, 이후에는 각자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챗GPT와 함께 다듬어 한 권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정순미 김해시서부노인종합복지관장은 “앞으로도 김해율하도서관과 협력해 어르신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문화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남부노인복지관은 지난 3월부터 ‘AI 동화책 봉사단’을 꾸려 활동 중이다. 홍봉숙 씨 등 14명의 봉사단원은 챗GPT를 활용해 글과 그림을 직접 만들었다. 주제와 등장인물, 전개 방식을 입력하면 페이지별 구성과 삽화 초안이 자동 생성되며, 여기에 의성어·의태어 등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후 디자인 플랫폼인 ‘미리캔버스’로 표지와 내지 작업을 마쳐 총 14권의 동화책을 제작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대부분 손주를 향한 마음이었다. 양치질을 어려워하는 손주를 위한 ‘치카맨 치치곰’, 모두가 함께 노는 놀이터를 꿈꾼 ‘콩콩이 공룡’, 새 친구와 잘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우리 같이 뛰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한 ‘나랑 친구할래’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김소영 춘천남부노인복지관장은 “AI 동화책은 한 세대를 살아온 어른이 다음 세대를 향해 보내는 진심 어린 응원”이라며 “어르신들이 새로운 도전에 계속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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