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종로에 가서 즐기자!
문화생활, 종로에 가서 즐기자!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8.19 13:41
  • 호수 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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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실버문화벨트’, 노인문화거점 정착
▲ 서울 종로일대에 어르신들의 문화공간이 마련된 가운데 지난 8월 18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기성 서울시의회의장, 김충용 종로구청장, 정운태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충남 아산에 사는 김진만(74) 어르신은 요즘 서울 종로 나들이에 푹 빠져 지낸다. 최근 종로 일대에 노인전용 극장을 비롯해 상담센터, 실버북카페 등 노인문화공간이 조성된 소식에 호기심을 갖고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어 경로당 친구들과 종종 찾고 있다. 김 어르신과 함께 종로 나들이 코스를 들여다봤다.

김진만 어르신은 아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와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클래식에 위치한 노인전용 극장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30분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 5월 개관한 이 극장은 만 57세 이상 어르신은 2000원만 내면 추억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최근 상영작인 ‘인사동 스캔들’은 8월 21~27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30분, 12시 30분, 오후 2시 30분 등 총 3차례 상영된다. 문의 02-3672-4231~3.

영화 관람이 끝난 뒤에는 점심식사를 위해 종로 탑골공원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 종로에는 콩국수, 냉면, 분식, 국밥 등 1000~3000원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다.

김 어르신이 평소 즐겨찾는 메뉴는 50여년 전통의 2500원짜리 국밥.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이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평소에는 이 식당 옆에 마련된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즐기지만 이날은 조금 무리를 해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실버북카페’를 찾았다.

노인들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종로구 경운동 SK허브프라자 1층에 마련됐다. 이곳은 녹차, 뽕잎차, 모과차 등 전통차는 물론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등 각종 커피와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쿠키, 케이크, 샌드위치 등이 판매된다. 판매가격은 2000~3000원 대. 시중 카페보다 훨씬 저렴하다.

실버북카페에서 나오면 같은 건물에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상담센터는 노인들의 성(性) 상담을 비롯해 이혼 및 재혼상담, 재산관리·상속·세무 등 법률상담, 노인학대·가족문제·우울증·건강관리 등 생활상담을 실시한다. 김 어르신은 요즘 재산상속과 관련해 궁금한 게 많아 상담도 받았다. 이곳은 내방상담은 물론 전화,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문의 02-723-9988

자택 인근에서는 경로당을 주로 이용한다는 김 어르신은 가끔씩 서울노인복지센터에도 들른다. 이 센터는 하루 평균 30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노인복지시설이다. 센터에 가면 매주 화·목요일 노인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시사를 비롯해 숲과 생태 등 어르신들의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방송국은 한 면을 유리벽으로 설치해 밖에서도 어르신들의 방송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센터에서는 노래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어르신 전용 노래방도 마련돼 있다. 김 어르신은 센터에서 사귄 친구로부터 오는 10월 13일~16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서울노인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수첩에 날짜를 적어뒀다.

이렇게 하루를 바쁘게 즐기며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 어르신은 "아산에서 서울을 오가는 것이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노인들을 위해 이 같은 문화공간이 마련됐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하다"며 "종로 실버문화밸트와 같은 공간이 아산시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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