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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어르신은 아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와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클래식에 위치한 노인전용 극장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30분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지난 5월 개관한 이 극장은 만 57세 이상 어르신은 2000원만 내면 추억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최근 상영작인 ‘인사동 스캔들’은 8월 21~27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30분, 12시 30분, 오후 2시 30분 등 총 3차례 상영된다. 문의 02-3672-4231~3.
영화 관람이 끝난 뒤에는 점심식사를 위해 종로 탑골공원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는다. 종로에는 콩국수, 냉면, 분식, 국밥 등 1000~3000원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많다.
김 어르신이 평소 즐겨찾는 메뉴는 50여년 전통의 2500원짜리 국밥.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이 식당은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평소에는 이 식당 옆에 마련된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즐기지만 이날은 조금 무리를 해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실버북카페’를 찾았다.
노인들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종로구 경운동 SK허브프라자 1층에 마련됐다. 이곳은 녹차, 뽕잎차, 모과차 등 전통차는 물론 아메리카노, 카페모카 등 각종 커피와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쿠키, 케이크, 샌드위치 등이 판매된다. 판매가격은 2000~3000원 대. 시중 카페보다 훨씬 저렴하다.
실버북카페에서 나오면 같은 건물에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상담센터는 노인들의 성(性) 상담을 비롯해 이혼 및 재혼상담, 재산관리·상속·세무 등 법률상담, 노인학대·가족문제·우울증·건강관리 등 생활상담을 실시한다. 김 어르신은 요즘 재산상속과 관련해 궁금한 게 많아 상담도 받았다. 이곳은 내방상담은 물론 전화,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다. 문의 02-723-9988
자택 인근에서는 경로당을 주로 이용한다는 김 어르신은 가끔씩 서울노인복지센터에도 들른다. 이 센터는 하루 평균 3000여명의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노인복지시설이다. 센터에 가면 매주 화·목요일 노인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시사를 비롯해 숲과 생태 등 어르신들의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방송국은 한 면을 유리벽으로 설치해 밖에서도 어르신들의 방송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센터에서는 노래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어르신 전용 노래방도 마련돼 있다. 김 어르신은 센터에서 사귄 친구로부터 오는 10월 13일~16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서울노인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수첩에 날짜를 적어뒀다.
이렇게 하루를 바쁘게 즐기며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김 어르신은 "아산에서 서울을 오가는 것이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노인들을 위해 이 같은 문화공간이 마련됐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하다"며 "종로 실버문화밸트와 같은 공간이 아산시는 물론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