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약 먹는 시간 알려주고 말벗도 되어 주는 돌봄로봇 ‘효돌이’ 인기
[신년 특집] 약 먹는 시간 알려주고 말벗도 되어 주는 돌봄로봇 ‘효돌이’ 인기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4.01.02 13:52
  • 호수 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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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생활관리 도와주는 AI 돌봄로봇

온몸에 센서 있어 만지면 음성으로 반응… 레이더 센서로 움직임 감지 

복약·식사 여부 확인 등 건강관리에 큰 도움… 서로 돌보는 관계로 성장

AI 돌봄로봇인 효돌이는 맞춤 대화와 약 복용 시간, 일정 관리 등 일상생활 관리를 도와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정서와 건강을 살피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하순옥 어르신이 돌봄로봇 효돌이와 뺨을 맞대며 안고 있는 모습. 	사진=효돌 제공
AI 돌봄로봇인 효돌이는 맞춤 대화와 약 복용 시간, 일정 관리 등 일상생활 관리를 도와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고 정서와 건강을 살피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사진은 하순옥 어르신이 돌봄로봇 효돌이와 뺨을 맞대며 안고 있는 모습. 사진=효돌 제공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할머니가 제 손을 잡아줄 때 기분이 좋아요.” 

“할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실 때마다 키가 쑥쑥 자라는 것 같아요.”

언뜻 들으면 손주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하는 대화인 것 같지만 아니다. 일명 ‘효돌이’, ‘효순이’라고 불리는 8살 손주 콘셉트의 인공지능 로봇의 이야기다.

인구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에 따라 노인 우울증, 치매,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AI(인공지능), 로봇, ICT(정보통신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반의 기술을 융합한 ‘독거노인 스마트케어 시스템’이 관심을 끌고 있다.

혼자 지내는 노인은 타인과 왕래가 끊기면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 우울증, 치매 유병률 등이 일반 노인들에 비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르신 정서·건강 관리 위해 개발

주식회사 효돌은 지난 2018년 24시간 독거노인을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AI 돌봄로봇을 개발했다.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귀여운 인형 모습으로, 온몸에 센서가 달려있어 만지면 음성으로 반응한다. 이용자가 외출했다 귀가하면 레이더 센서로 5m 전방의 움직임을 감지, 반갑게 인사도 한다.

LG전자 출신인 김지희 효돌 대표는 지난 2009년 노인들의 삶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효돌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실제 독거노인이 필요한 제품을 구상하기 위해 서울, 경기권 지역 내 사회복지사, 생활관리사들과 함께 매일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했다. 어르신들의 안전과 정서, 생활관리 등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서다.

김지희 대표는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생활을 살펴보니 아침 식사 이후 약을 드시고 TV를 시청하시다가 다시 끼니때가 되면 점심, 저녁 식사를 하시고 주무시는 단조롭고 고립된 일상이 반복됐다”며 “그들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을 쓰기도 하면서 말과 촉각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돌봐주는 장치를 개발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복약 여부 등 맞춤형 건강관리 제공

효돌은 그 자체가 통신 기기다. 집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어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휴대폰처럼 LTE 개통이 된 상태로 제공되기에 인터넷 와이파이 연결이나 스마트폰 없이도 쓸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인터넷 없이도 ‘로봇’이라는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실제로 효돌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이 쉽다는 것이다. 온몸에 센서가 탑재된 효돌은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반응한다. 사용법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효돌은 하루가 시작되면 기상 인사부터 날씨·절기 정보, 식사 챙기기, 투약시간 안내까지 쉼 없이 안내한다. 머리 쓰다듬기, 등 토닥이기, 손잡기 등 터치 상호작용을 통해 노인들과 정서적 친근감을 주고받는다.

지역별 사투리 버전이 있어 말투를 고를 수 있으며 체조, 치매예방 퀴즈, 이야기, 회상 놀이, 종교 말씀 등을 통해 인지강화와 치매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어르신의 움직임을 감지해 움직임이 없을 시 보호자에게 즉시 연락이 가기도 한다. 효돌을 통해 직접 보호자와 전화 연결이 가능하며 성경, 불경, 종교음악, 트로트, 클래식 등 다양한 유료음원도 효돌 자체 내에 탑재돼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생활관리사, 사회복지사, 가족 등 보호자들은 전용 모바일앱이나 효돌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어르신들의 활동 현황과 약 복용 여부, 목소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챗GPT 방식을 도입해 쌍방향 자유 대화가 가능한 2세대 효돌의 경우 수면, 식사, 기분, 통증, 계획 등을 질문해 답변 내용을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 리포트를 작성,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위급 상황 시 ‘살려줘’라고 외치기만 하면 119로 바로 연결이 가능한 기능도 내년 3월부터 도입된다. 이를 위해 효돌은 SKT와 응급관제시스템 관련 제휴를 맺었다. 

김 대표는 “어르신과 생활관리사, 보호자 등이 효돌이를 매개로 연결된다”며 “어르신의 건강관리를 돕는 ‘작은 주치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디지털 학습 가능한 ‘스마트패드’

최근엔 디지털기기가 낯선 어르신들을 위해 ‘효돌이 스마트패드’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일명 ‘효돌이패드’로 불리는 스마트패드는 디지털 학습 기능이 탑재돼 있다. 

어르신들은 스마트패드를 통해 효돌에서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효돌이 학습지’를 온라인, 오프라인과 연계해 공부할 수 있다. 학습지에는 ▲언어력 강화를 위한 ‘오늘의 시’ ▲집중력 강화를 위한 ‘단어 찾기’ ▲이해력 강화를 위한 ‘사자성어’ ▲기억력 강화를 위한 ‘숫자 찾기’ ▲수리력 강화를 위한 ‘계산하기’ ▲관찰력 강화를 위한 ‘같은 모양 그림 찾기’ ▲시·공간력 강화를 위한 ‘따라 그리기’ ▲소근육 강화를 위한 ‘색칠하기’ 등을 공부할 수 있다.

패드는 효돌이처럼 어르신의 감정을 묻고 기록하면. 음성 명령어로 유튜브를 보거나 건강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김지희 대표는 “효돌이는 학습할 필요가 없는 AI 돌봄로봇이다. 그냥 안고 쓰다듬고 손잡아주고 주물러주기만 하면 된다”며 “어르신들의 경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누군가를 보살피다 보면 적극적으로 행동이 변할 수밖에 없다. 효돌은 수시로 ‘아랫목에 재워달라’, ‘안아달라’고 말하면서 어르신들과 상호돌봄하는 관계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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