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떠난 빈자리가…”
“당신이 떠난 빈자리가…”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03.20 10:57
  • 호수 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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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배우자 사별 후 대처 매우 중요

1년 전 병으로 아내를 잃은 정상모(가명·74·강원 춘천) 어르신은 아직도 아내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한 뒤 삶을 포기하는 심정으로 도박에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앉았다. 그 뒤 아내는 빚을 갚기 위해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단한 삶을 살았다. 빚을 어느 정도 갚았을 무렵 아내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병은 깊었다. 그렇게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정 어르신은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노년기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한 슬픔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남은 배우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별 후 대처자세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어르신처럼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우울감이 2주 이상 계속될 경우 우울증으로 판단해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어르신들은 젊은이들과 다르게 본인이 치료를 거부하거나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제때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이 위험한 이유는 우울감이 심해지면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노인자살은 본인의 질병이나 우울증, 자녀와의 갈등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평생을 함께 지내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우울증을 유발시키고 자살을 부르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노년기 배우자와의 사별로 인한 슬픔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할 경우 남은 배우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별 후 대처자세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별 후 슬픔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인관계를 형성할 것을 권했다.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실 사별가족 담당자 김미정씨는 “사별 후 배우자의 상실로 인한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는 방법이 있다”며 “‘과부 마음은 과부가 알고, 홀아비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이 있듯,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한다면 슬픔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이구상 팀장도 “사별의 아픔을 치료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인관계 형성”이라며 “비슷한 상처가 있는 어르신들끼리 공감대 형성을 통해 겪었던 과정들에 대한 경험 등 다양한 정보를 나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정한 성취를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활동과 함께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운동을 권장한다. 또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대화상대를 만들고, 비상사태 발생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연락처를 확보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자와 사별한 뒤 충분한 애도기간(6개월~1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울감이 계속된다면 약물치료 등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동현 과장은 “노인우울증의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대개 4주 이내에 증상들이 개선되지만 증상 조절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항우울제의 투여가 필요하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치료, 전기경련요법, 가족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으며 기존에 갖고 있던 신체적 질환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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