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시니어]“무서운 당뇨, 굳은 의지로 이겼지요”
[브라보 시니어]“무서운 당뇨, 굳은 의지로 이겼지요”
  • 서승범 기자
  • 승인 2010.09.03 13:22
  • 호수 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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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정보·관심·꾸준한 실천이 건강 회복 열쇠

“인자 간도 못 맞추겄다. 와서 간 좀 보니라.” 명절이면 필자의 어머니께 간혹 듣는 이야기다. 처음엔 ‘나이가 드셨으니까’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럴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 몸의 기력이 예전 같지 않으면 감각도 젊은 시절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어머니께서 어느 모임에 나가셨다가 친구 분들이 하셨다는 말씀을 우스개로 전하셨다.

나이 들어 눈 침침해지는 건 못 볼 것 봐도 못 본 척하란 뜻이고, 귀가 어두워지는 건 마땅찮은 소리 들어도 못들은 척하라는 뜻이며, 입맛이 둔해지는 건 젊은 사람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도 기분 좋게 먹으라는 뜻이라 하셨다.

예전 같지 않게 어머니 음식의 간이 맞지 않을 때, 자식들은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몸과 생활이 불편해진 건 어르신, 당사자다. 어르신들 최고의 관심사는 건강, 불편함은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지만, 불행은 미리 막지 않으면 회복할 길이 없다. 어르신들의 경우, 불행의 씨앗은 대부분 질병이다.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충청북도 충추호 인근 한 리조트에서 당뇨캠프가 열렸다. 이름하야 ‘의료진과 함께 하는 당뇨캠프’. 사단법인 한국당뇨협회에서 주관하는 이 캠프는 올해 13회째를 맞았다. 캠프의 가장 중요한 기획 의도는 ‘당뇨를 잘 알자’는 것, 관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은 여전히 암이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노년층에게 당뇨는 여전히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1990년만 해도 7위였던 당뇨병은 1995년, 2000년 검사에서 6위를 기록하더니 2005년 검사에서는 5위로 올라섰다. 당뇨가 무서운 건 소변 속 당이 아니라 당뇨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발이란 말이 있다. 대표적인 당뇨합병증으로 꼽힐 만큼 흔하고 무서운 병이다. 인구의 5~10%는 당뇨병을 앓는데 당뇨 환자의 15~25%에게서 당뇨발 증상이 나타나고, 그 중 5~15%는 절단을 하게 된다.

발은 우리 몸에서 심장과 가장 멀어 영양분과 산소가 가장 닿기 어려운 신체 부위다. 게다가 신발로 꽁꽁 싸매 음습하기 쉽고, 운동한다고 혹사를 시키니…. 당뇨 환자의 경우 혈액순환이 좋지 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자잘한 상처가 끝을 헤아리기 힘든 질병의 단초가 되기 일쑤다.

무서운 질병들은 대개 오랜 무관심과 방치 끝에 오기 때문에 예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뇨캠프에서 ‘당뇨발’을 주제로 강연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한승규 교수는 당뇨발을 막기 위한 방법은 평소의 관심과 관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환자들의 관심사는 혈당 수치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하시죠. 하지만 운동의 중요성만큼 발을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라며 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아울러 당뇨환자들은 신경이 무뎌지기 쉬우니 가족을 비롯한 보호자들의 관찰이 필요하단 점도 덧붙였다.

당뇨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당뇨환자들과 가족들이다. 요즘은 젊은 층에도 당뇨가 많아 소아당뇨캠프까지 열리고 있지만, 성인당뇨캠프의 주된 연령층은 아무래도 노년층이다. 노래도 부르고 강의도 듣는 캠프의 일정에 누구보다 밝은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웃음으로 참가하는 분을 만났다.

이순자(65)씨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나이는 젊은 편에 속했지만, 당뇨병을 앓은 지 25년이 된 ‘고참 당뇨인’이다. 당뇨캠프 역시 1회부터 지금까지 한 회도 거르지 않았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고, 웃음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그녀는 아주 행복하다. 그녀는 “당뇨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마흔에 당뇨란 걸 알았을 때의 절망감을 잊을 수 없지만, 지금의 행복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하루하루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거든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강의 내내 끔찍한 사진들로 당뇨환자들에게 ‘겁을 주었던’ 한승규 교수는 정확한 지식과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당뇨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했다.

그는 안경을 벗으며 “저는 안경 벗으면 사람 구실 못해요. (웃음) 한 번 나빠진 눈은 (수술하지 않으면) 좋아지지 않잖아요. 그래서 안경을 쓰고 눈에 관심을 갖지요. 당뇨 역시 마찬가지에요. 제대로 알고 관리를 하면 조금 불편하지만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누구나 아는 진리가 현실 속에서 멀어지는 건 오랜 생활 습관 때문이다. 더구나 어르신들이 살아온 시대에 몸은 관심과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르게, 몸에 관심을 갖고 생활을 조절하고 스스로를 보살피는 일은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하다. 불편함이 불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서승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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