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실버산업은 없다
[금요칼럼]실버산업은 없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0.25 13:52
  • 호수 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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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수 한성대 교수
미국에 갔을 때 대학 도서관에 들려 ‘실버산업’(silver industry)을 검색했더니 은광(銀鑛), 은제품산업이 튀어나왔다. 그러니까 미국인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고 있는 실버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가 쓰는 실버산업이란 일본인들의 용어를 차용(借用)해서 쓰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실버산업’을 ‘고령화친화산업’으로 명칭을 바꾸고 ‘고령화친화산업진흥법’을 제정 공포한 바 있다.(법률 제 10339호) 고령화친화산업? 어쩐지 용어가 그리 친숙하지 않다. ‘고령’은 최소 70~80세 정도의 나이고, ‘친화’라는 말도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실버산업을 고령친화산업이라 했으니 그냥 넘어가자. 고령화친화산업이란 ‘노인계층을 대상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주로 민간차원에서 자유 시장 원리에 따라 제공하는 경제활동’이라고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은 몇 가지의 특성이 있는데, 첫째, 고령친화산업은 복지를 염두에 둔 산업이라는 점이다. 둘째, 고령친화산업은 노인을 대상으로 했거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영리추구산업이다. 셋째, 고령친화산업은 시간소비형산업이다. 여가, 시간의 충실한 소비가 그 중심에 있다.

넷째, 고령친화산업은 대개 여성 주도형의 특성을 갖는다. 60세 이상의 60%가 여성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고, 구매결정권을 여성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고령친화산업은 소비자의 신용과 평판에 의존하는 산업이고 대개 중소기업에 적합한 산업이다.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진흥법에서는 고령친화산업 발전계획(제 4조), 연구개발장려(제 7조), 표준화(제 8조), 지원센터설립 지정(제 10조), 금융지원(제 11조)과 함께 고령친화제품 등의 품질향상 등을 위한 조항을 명시하고 있는데 노인복지법처럼 ‘…할 수 있다’는 임의 조항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고령친화산업은 몇 가지 기회요인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인구의 증가로 고령친화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급속하게 성장 가능성이 있다. 또 노인의 경제력 향상으로 인해 소비의 주체세력으로 급부상 할 수 있다.

노인은 건강하고 안락한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 편리한 주거환경을 비롯해 교양, 오락 등 고품질의 생활 서비스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요양서비스의 외부위탁이 늘어나면서 가족이 노인을 간호, 요양할 수 있는 기능이 약화돼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은 몇 가지 취약점도 있는데 그것은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점, 고정소비자 확보가 어렵다는 점, 고령친화산업 서비스 제공자의 인력확보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고령친화산업의 우수한 지도자와 프로그램의 취약현상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한다면 정부차원에서는 우선 관련법규나 제도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 고령친화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부차원의 적극적, 선도적인 정책은 없는 듯하다.

또 민간부문에서도 다양한 고령친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의 사회자본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국민정서에 알맞은 산업선정은 물론 노인들의 문화를 감안한 고령친화프로그램을 창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고령친화산업이 돈 있고 건강한 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노인들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고령친화산업 중 채산성이 높은 상품은 민간시장에서, 채산성은 없으나 공익성이 높은 복지산업은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중간 영역에 속하는 부분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또 고령친화산업이 단순히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노인이 됐을 경우를 염두에 둔 마케팅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이미 고령화사회, 고령사회를 경험한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한국적 모형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실버산업은 없다. 실버산업이라는 용어도 공식적인 용어로 사용되지도 않고, 실버산업이라는 고령친화산업도 아직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고령친화산업의 진흥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노력하고 소비자인 노인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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