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 어르신들 시인에 도전하다
충북 음성 어르신들 시인에 도전하다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0.11.03 19:06
  • 호수 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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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어르신, 동인회 ‘시갈골’…첫 시집 발간

“석양 노을이 아름답듯 70년 이상 살아오면서 뒤늦게 느낀 꿈과 열정의 꽃을 시정(詩情)으로 피웠습니다.”

충북 음성군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시 창작교실을 수료한 어르신들로 구성된 시문학 동아리 ‘시갈골 문학회’(회장 주명옥)가 최근 창간 시집 ‘벌 나비 날아들면 열매 맺는다’를 펴냈다. ‘시갈골’은 ‘시를 갈고 닦는 골짜기’의 줄임말.

지역 내 70세 이상 어르신 8명은 지난 1월 시 창작교실에 등록한 뒤 음성 출신 증재록 시인으로부터 시 문학과 시 창작에 대한 강의를 꾸준히 받은데 이어 8월에는 동인회 ‘시갈골’을 만들어 활동해 오다 이번에 첫 시집을 발간하게 됐다.

시인의 눈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 어르신들은 △한충자(79) △주명옥(75) △정반헌(71) △조순례(71) △이명재(70) △최문희(70)씨 등 6명의 여성 어르신들과 정연기(70), 김종태(71) 남성 어르신.

특히 한충자 어르신은 일흔 둘의 나이에 처음 한글을 깨우치고 일흔 다섯 살부터 시를 써 오다 2008년에는 시집 ‘봄꽃은 희망이고 가을꽃은 행복이다’를 펴내면서 ‘문맹에서 시인까지’라는 이름을 얻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시인 어르신이다.

회원들은 이 시집에 각자 11편씩 모두 88편의 시를 담았는데, 투박하면서도 소박하고 정감있는 언어로 시의 매력을 한층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들을 지도한 증재록 시인은 발문에서 “농촌에 사는 여덟분의 시인들이 세월을 더듬어 가슴 찡한 88편의 시를 탄생시켰다”며 “지난 세월을 영화로 보듯 추억이 되살아나는 시를 보며, 등단이란 제도를 밀어내고 시인이란 이름을 드린다”라고 이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주명옥 회장은 “가난과 질곡, 병마 등 온갖 고통을 이겨내며 세상을 살만큼 산 우리가 마음 한 구석을 풀어내는 시를 쓸 수 있게 돼 행복하다”라면서 “앞으로 매년 시집을 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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