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혈관질환, 디스크 척추질환과 혼동 악화
노인성 혈관질환, 디스크 척추질환과 혼동 악화
  • 이미정 기자
  • 승인 2011.09.07 11:44
  • 호수 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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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 통증있고 발가락 상처 낫지않으면 다리동맥폐쇄증 의심해야

이극상(70세) 어르신은 2년 전부터 허리와 다리에 통증이 심해졌다. 밤에는 다리 저림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다. 병원 검진 결과 김 어르신은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치료를 해도 좀처럼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수술을 받았는데도 통증은 계속됐다.

김 어르신의 정확한 병명은 ‘다리동맥 폐쇄질환’이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해 척추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다리동맥 폐쇄질환을 비롯한 복부 대동맥류, 경동맥 협착증 등은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이다. 혈관이 노화되면서 발생하는 노인성 혈관질환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함께 급증하고 있다.

김장용 인하대병원 혈관외과 교수팀이 65세 이상 남성 11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4%가 다리동맥폐쇄질환을, 2.9%가 복부 대동맥류를, 7.7%가 경동맥 협착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복부 대동맥류의 치료건수는 2004년 194건에서 2008년 612건으로 4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노인성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은 고령의 나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이다. 흡연, 과음, 비만, 운동부족 등도 위험요소에 포함된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다리동맥 폐쇄질환을 방치하면 심한 경우 다리를 절단해야 하며, 복부 대동맥류는 복부에 있는 혈관벽이 부풀어 올라 파열할 경우 50~90%가 사망에 이른다. 경동맥 협착증은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인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전체 뇌졸중의 20~30%가 경동맥 협착증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 같은 질환이 아직까지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는 것.

걸을 때 통증이 있고 발가락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면 일단 다리동맥 폐쇄성질환을, 두통과 어지럼증, 언어장애, 안면신경 마비, 시력장애 등이 나타나면 경동맥 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복부 대동맥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심장이 뛰는 것과 같은 박동이 복부에서 느껴진다. 불안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대동맥류가 터질 만큼 부풀어 오르면 뼈나 장기를 압박해 배와 허리에 통증이 발생한다.

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걷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가급적 육류보다는 생선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연도 필수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혈관질환의 잠복기에 해당하는 여름철이나 초가을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날씨가 더우면 혈관이 이완돼 일시적으로 혈관질환의 증상이 완화된다. 증상이 없으면 환자들은 대개 운동과 식습관 유지에 소홀해지고 이 때문에 무더운 계절에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혈관질환을 조기에 알기 위해서는 초음파 및 ABI(상완발목혈압지수) 검사를 받아야 한다. ABI는 팔목과 발목의 혈압차를 측정해 말초동맥질환 여부를 판별하는 검사다. 검사실 침대에 눕기만 하면 10분 안팎에 검사를 마칠 수 있다.

안종호 기자 jo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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