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법·도덕 실종 보여준 태백 ‘보험사기’
[확성기] 법·도덕 실종 보여준 태백 ‘보험사기’
  • 관리자
  • 승인 2011.11.11 18:19
  • 호수 2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광 지역인 강원도 태백에서 어처구니없는 보험사기 사건이 터졌다. 가짜 환자로 꾸며 보험금을 부정 청구하는 수법인데 피해액이 150억원대에 달한다. 경찰에 형사입건된 인원도 병원장, 보험설계사, 주민 등 410명이나 된다.

이는 태백시 인구(5만여명)의 0.8%로, 인원과 액수에서 사상 최대 보험사기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주민들의 ‘도덕적 해이’와 ‘범죄불감증’이다. ‘태백에서 보험금을 못 타먹으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돌았다니 말문이 막힌다. 한 마디로 준법정신과 공공의식이 무너졌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물론 주민들이 자력만 갖고 사기극을 벌인 것은 아니다. 죄질이 더 나쁜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주민들에게 가짜 입·퇴원서를 마구 내준 지역 병원 관계자들과, 실적을 올리려고 주민들한테 보험사기를 부추긴 보험설계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실제로 입건 대상자 가운데 7명은 3개 지역 병원의 병원장 또는 사무장이었고, 72명은 전·현직 보험설계사였다.

이들 병원의 입원 환자 중 95%가 가짜였다고 하니 작은 지방도시에서 보험사기가 얼마나 공공연하게 자행됐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들 병원은 통원치료가 가능한 환자들을 서류상으로만 입원한 ‘차트환자’로 꾸며 17억1000만원의 요양급여를 받아냈다. 심각한 적자에 직면해 있는 건보재정이 줄줄 새나가, 양심 불량의 의사들 배만 채운 셈이다. 어떤 병원은 주민들한테 사기수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류상 입원한 것으로 꾸며진 기간에는 동사무소에도 가지 말고 항공기 여행이나 신용카드 사용도 자제하라는 식이었다. 혹시라도 ‘허위 입원’이 들통 날 것을 의식한 것이니 사기꾼의 발상과 다를 것이 없다.

이 사건의 근인(根因)은 주민, 병원, 보험설계사 3자의 준법의식 결여와 ‘모럴해저드’라고 봐야 한다. 잘못의 경중에는 차이가 있으나 어느 한쪽이라도 법과 도덕을 철저히 지켰으면 보험사기는 벌어질 수 없었다. 이런 풍조가 태백 지역만의 문제인지도 의문이다. 국가와 사회지도층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법과 도덕을 바로세우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이렇게 황당한 보험사기가 제도적 시스템으로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가족 5명이 각각 1년 넘게 입원했다고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어떻게 그냥 돈이 나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민간보험회사는 그렇다고 쳐도 건보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건강보험공단까지 그렇게 허술하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건보재정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건보공단은 고령화 탓만 하지 말고 새는 돈부터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