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쇠고기 값이 왜 세계서 가장 비싼가 했더니…
[연합시론] 쇠고기 값이 왜 세계서 가장 비싼가 했더니…
  • 박영선
  • 승인 2007.04.27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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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값이 같은 서울에서도 동네에 따라 많게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물론 같은 부위와 같은 등급을 비교한 것이다.

 

그것도 구로동 애경백화점, 영등포 롯데백화점,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반포 킴스클럽, 신촌 그랜드마트, 미아동 롯데백화점, 성산동 까르푸, 돈암동 대한통운마트, 창동 하나로, 방학동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그렇다니 더욱 할 말이 없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이 농림부의 의뢰로 작년 12월 서울 시내에 있는 이들 10개 매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심 1등급은 제일 싼 곳이 100g에 6500원이었으나, 제일 비싼 곳은 1만900원이나 됐고 1+급 등심도 가격 편차가 7980원에서 1만2800원에 달했다.

 

매장 간의 가격 차이도 그렇지만 이들 유통업체가 책정한 판매가격은 더 큰 문제다. 가장 싼 곳도 농림부가 제시하는 권장소비자가격보다 50% 가량 비싸다.

 

소시모의 조사 당시 서울 지역의 등심 권장가격은 1등급 100g당 4429원이었다. 조사 대상 업체들의 실제 판매가격이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6000원 이상 비싼 셈이다. 대표적 구이용 부위인 등심과 채끝살도 마찬가지다.

 

쇠고기 권장소비자가격은 농협중앙회가 10~15일간의 도매시장 낙찰 가격 등을 토대로 정육 원가를 구하고, 여기에 15개 표본 농협점포 조사로 산출된 직접비와 점포운영비, 10% 정도의 이윤 등을 더해 산출된다.

 

각 매장의 관리비와 마케팅 방식 등에 변수가 많고 이익률 10%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권장가격이 철칙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참고할 만한 하나의 기준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권장가격보다 최고 2.5배나 된다면 어떤 이유를 갖다 대도 적정한 가격이라고 우길 수는 없을 것이다. ‘고급육 브랜드 관리 비용 등 때문에’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해당 업체들의 설명은 황당할 뿐이다.

 

소비자들이 한우 브랜드에 지불할 의향이 있는 웃돈은 일반 가격의 5~10%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심한 가격 차이를 단지 브랜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1+급 이상은 대부분 ‘브랜드화’돼 있어 50% 이상의 가격 차이를 납득시킬 길이 없다.

 

그보다는 매장 입지 등에 따른 관리비나 이윤, 목표 고객층의 차이로 봐야 한다는 당국의 분석에 설득력이 더 실린다. 업체들의 주장을 바꿔 말하면 소비자를 ‘봉’으로 보고 브랜드 관리를 빌미로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속셈에 다름 아니다.

 

소시모가 최근 세계 29개 주요 국가의 소비자단체에 의뢰해 실시한 소비자가격 조사에서 우리나라 쇠고기 값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 조사에서는 수입 쇠고기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비쌌으니 브랜드를 더 이상 들먹거리기도 민망하다. 같은 호주산이라도 한국에서 팔리는 값이 일본의 두 배라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관세의 차이도 있겠지만 전근대적 유통구조가 더 큰 문제라는 진단이 타당하게 들린다. 우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온갖 곤욕을 치르면서 지켜내려는 쇠고기시장이 유통업체들 배만 불려줄 뿐이라면 곤란하다.

 

한우가 아무리 비싸도 정작 축산농가에 떨어지는 것은 별로 없는 기형적인 유통구조는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도 살고 축산농가도 살고 나라 경제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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