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해 종로구지회장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더 즐거워”
남상해 종로구지회장 “돈을 쌓아두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 더 즐거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10.12 09:37
  • 호수 4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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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 ‘국민포장’ 받은 남상해 종로구지회장

6개월마다 노인 1000여명에게 ‘짜장면 대접’… 22년간 사재 50억원 들여

올해 ‘노인의 날’,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상한 남상해(77) 서울연합회 종로구지회장. 그는 22년간 사재 50여억원을 출연해 노인복지․청소년 선도 등 봉사활동을 전개,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이 훈장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는 상식을 깨는 특이한 면이 있다. 대한노인회 고문(2011~2014)이었다가 지회장(2014~)으로 내려앉은 것이 그것이다. 지회장-연합회장-고문이라는 수직적 조직에 역행하는 ‘직책 하향’은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보인다.

-‘포장’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는데.
“본인이 정말 고맙게 느끼는 게 가장 좋은 상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노인잔치 를 베풀은 것에 대한 대한노인회 중앙회장님이 내려준 표창장이 저에겐 가장 소중한 상입니다.”

-‘짜장면 봉사’로 유명하다.
“제가 짜장면으로 성공한 사람이에요. 일 년에 두어 차례 복지관에서 한 번에 어르신들 1000여명씩 모시고 짜장면을 대접해오고 있어요. 그 이전에는 제가 운영하는 중국음식전문점 ‘하림각’에서 1만5000명씩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어요. 주위에서 엉뚱한 오해를 사 그만 두었지만요.”

-다른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있었나보다.
“제가 정치에 뜻이 있어서 그런 걸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고문에서 지회장으로 변신했다.
“연세대 명예교수인 김동길 대한노인회 고문이 저에게 ‘아니 나랑 같이 앉아 있더니 갑자기 왜 지회장을 하는 거요’라고 물어요. 그래서 제가 ‘책상에 앉아 일을 배우기보다는 직접 몸을 움직여 경험을 통해 노인이 처한 현실을 알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더니 김 고문이 ‘맞아, 나도 교수지만 새로 교수가 되려는 이들의 심정을 몰라요. 그래서 그랬군요’라고 이해하더라고요.”

-지회에 가보니 어떤가.
“종로구지회는 경로당 60여곳에 회원이 2500여명 됩니다. 100세 이상 어르신도 20여명이나 돼요. 직접 부닥쳐보니 할 일이 많았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있고요. 하나 느끼는 건 옛날에는 돈 2만원을 줘도 고마워했지만 요즘은 20만원을 주어도 고마움을 잊은 듯해요. 돈도 좋지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인이 움직여야 건강해진다.
“맞는 말이에요. 제가 서울시 생활체육협의회 회장할 때 일이에요. 예산을 주지 않아 당시 조순 서울시장을 찾아가 따졌지요. ‘일본의 동경시장은 아침에 운동하는 노인에게 밥값을 준다, 노인이 움직이면 건강해지고 나라가 튼튼해진다, 우리는 아침에 나와 운동하겠다는데 예산을 안준다, 그렇다면 당장 생활체육회 해산 해야겠네요’ 했더니만 그 자리에서 바로 9억원을 내주더라고요.”

-노인 일자리에 대한 대책이라면.
“제가 대통령이라면 우리나라에 실업자 하나도 안 나오게 할 자신이 있어요. 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이에요. 박정희 대통령 당시 심은 아카시나무의 수령은 65년입니다. 지금 산에 가보세요. 간벌을 안 해 산소에도 못 올라갈 정도에요. 수령을 다한 아카시나무를 베고 후손들이 50년, 100년 쓸 새로운 나무를 심게 하면 전국적으로 일자리가 어마어마하게 생깁니다.”

-노인에게 너무 힘든 일이 아닐까.
“젊은이들은 그런 일 못해요. 새마을운동을 해본 경험 많은 노인들이 더 잘 합니다.”

-대한노인회 발전 방향이라면.
“노인교육원에서 기능별 교육을 시켜 일자리를 갖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어요. 평생 펜대 잡은 사람보고 지게 지라면 지겠어요. 예를 들어 교육원에서 도배를 일주일 가르쳐 노인이 그걸로 밥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남상해 종로구지회장은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 종로지회장(1993년), 서울시 생활체육협의회 제3·6대 회장(1996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전국연합회장(2007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2009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특별위원회 상임고문(2012년) 등 100여개 기관·단체에 소속돼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올림픽 기장증(1988년), 보건사회부 장관 표창장(1992년), 새마을훈장 자조장(2006년), 대한민국 무궁화대상(2007년), 세계봉사대상(2012년)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기록적인 사회활동이다.
“젊은 시절 하나둘 쌓여가는 재물을 보며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뻤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허전함을 느꼈어요. 50대였던 어느 날 제 삶을 뒤돌아보면서 힘들 때 마다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고 저 역시 남을 돕기로 했지요. 베푸는 재미, 남을 위해 쓰는 재미가 벌어놓은 돈을 쌓아놓는 것보다 훨씬 즐겁다는 걸 깨달았어요.”

-삶의 좌우명이라면.
“그런 건 딱히 없어요. 열심히 살면 인생의 보람을 느낍니다. 세상에 누가 거저 복을 주나요. 그걸 얻기 위해선 태어나는 순간부터 뛰어야 합니다. 대통령 후보자들 보세요. 그 자리 차지하려고 열심히 뛰어다니잖아요.”

-가장 잊혀지지 않는 사람은.
“어머니에게 회갑잔치 해 드리겠다고 하자 ‘회갑잔치하면 오래 못 산다는 말이 있다’며 거절하셨어요. 나중에 친지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로는 ‘자식에게 해준 게 하나도 없는 내가 무슨 염치로 잔칫상을 받겠느냐’ 그러셨다고 해요. 칠순잔치는 꼭 해드려야겠다고 맘먹고 준비하던 중 한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게 한으로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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