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운전면허, 무엇이 정답인가?
노인운전면허, 무엇이 정답인가?
  •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6.07.22 13:45
  • 호수 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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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마이카 시대’가 온지도 20년 세월이 흘렀다. 길거리에 자동차가 넘쳐나고 있다. 마이카 시대란 말 그대로 성인이면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시대를 말한다. 현재 자동차운전면허 소지자는 3000만 명에 이른다. 노인도 예외가 아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운전면허를 발급받은 숫자는 230만 명이 넘는다. 이렇듯 인구고령화 현상에 따라 노인운전면허 발급자 수가 최근 5년간 연평균 13%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 운전면허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노인회는 지난 7월 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노인운전면허 갱신주기의 단축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고령자 운전사고의 증가추세에 따라 노인 운전면허제도를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된다는 사회여론에 대해 당사자가 먼저 물꼬를 터주는 어른다운 결정을 한 것이다.
노인운전면허제도는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온 이슈이다. 논란의 핵심은 노인운전면허를 젊은 층과 비교해 다르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은 70세 이상 노인의 경우 일반적인 면허 갱신 주기인 5년을 단축해 3년마다 하도록 하고 있고, 노인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유도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많은 주에서 일정한 연령이 넘으면 면허갱신 시에 도로주행시험을 치르게 하고 있다. 뉴질랜드 또한 80세 이상이 되면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선진국에서 운전면허제도를 다르게 제한하는 이유는 고령자의 운전관련 특성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에 따라 움직이는 물체의 세부사항을 처리하는 시각능력이 감퇴하게 된다. 운전에 필요한 순발력이나 반응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야간에는 주의집중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러한 운전 장애 특성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7년마다(2011년 이후 면허자는 10년마다) 적성검사를 통해 운전면허를 갱신하고 있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은 이 갱신주기를 단축해 5년 마다 갱신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제도적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이 갱신주기를 연령에 따라 보다 세부적으로 차이를 두고 검사를 보다 엄격하게 하자는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노인회에서는 70세 이상 75세 미만은 3년마다, 75세 이상은 2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안을 의결했다.
문제는 이렇게 노인운전면허를 보다 엄격히 제한할 때, 이것이 자칫 연령차별과 인권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노인이 크게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젊은 사람들과 비교해 아무런 차이가 없이 운전을 잘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운전면허 갱신기간을 단축한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문제이다.
특히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사업상 운전을 해야 하는 고령자에게 이와 같은 차별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인권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운전면허를 정지 당하는 노인의 경우 심리적 충격도 큰 사회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이 운전면허를 정지당했을 때 겪는 스트레스 점수가 배우자 상실 때의 스트레스 점수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같이 양론이 있는 노인운전면허제도에 대해 우리도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답은 연령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적성에 따라 구별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히 연령기준으로 운전면허를 정지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신체‧정신적 건강능력과 적성 검사 후에도 운전을 계속하는 것이 마땅치 아니할 때 면허를 제한하는 것이 올바른 해답이다.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도록 하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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