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한국민을 쐈다
5천만 한국민을 쐈다
  • 정재수
  • 승인 2007.08.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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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국정부, 한국인이 이렇게 무력한가. 실로 통탄스럽다. 무고한 우리 민간인 23명이 인질로 잡혀 살해협박을 당하는가 했더니 벌써 2명이나 희생됐다. 이렇게 외교력이 변변치 못하고 협상력이 없는가. 탈레반 세력이 깊은 산악지대에 산개하고 있어서 통일된 의견이 없고 협상전략이 안 통한다고 하지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이보다 더 지옥 같은 나날이 또 있을까. 가족들, 특히 나이 든 가족들의 마음은 숯검정이 다 됐을 것이다. 온국민이 한마음으로 빈다. 하루속히 인질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정녕 준비된 카드가 없는가. 외교에 있어서나 한 사람이 일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외유내강을 중요한 미덕으로 여기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무작정 강하다고 강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 유약해 보여도 내적으로 강하면 국제사회에서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이번 인질 희생은 오천만 한국인이 테러를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우리 마음 같이 움직일 리 없지만, 인질 희생을 지켜보며 우리 국력의 실상을 새삼 알게 됐다. 국제관계에서 남의 중병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아픈 법이라는 것도 차제에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외교력과 협상력을 생각해본다. 탈레반의 요구가 들어줄 수 없을 만큼 과도한 것이 틀림없다. 테러리즘에 대한 미국정부의 원칙, 탈레반에 대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입장이 분명 우리와 다르다. 그렇다고 해도 인질들의 희생을 계속되게 해서는 안 된다.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수많은 영화들에서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휴머니즘을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 영화에서 아무런 비중도 없는 무고한 시민을 인질로 잡고 달아나는 테러리스트를 향해 아무도 총을 쏘지 못하는 그런 정신을 말이다.

영화와 현실이 다르지만, 무려 20명이 넘는 무고한 한국인 인질을 살려내기 위해 무슨 협상인들 못하겠는가. 부모나 가족은 악마와도 손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인질을 잡은 탈레반이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를 풀어준다 한들 대수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이 땅으로 꺼지며 하늘로 솟을까.

돌아간 탈레반에 의해 더 많은 무고한 사람이 희생된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아프가니스탄 깊은 산악과 협곡 속으로 숨어들지 않겠는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정의롭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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