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재채기 후 숨쉬기 곤란해지면 ‘기흉’ 의심
심한 재채기 후 숨쉬기 곤란해지면 ‘기흉’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1.18 14:32
  • 호수 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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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흉 증상과 치료법
▲ 기흉 치료에는 흉관이라는 특수한 관을 흉강 속에 삽입해 공기를 배출시키고 찌부러진 폐를 펴는 흉관삽입술이 있다. 그림=대한의학회

흉막에 구멍 뚫려 공기 유입… 폐가 수축되면서 호흡곤란 일으켜
관 삽입해 공기 빼는 게 급선무… 재발하면 흉강 없애는 수술 필요

가끔 TV에서 의학드라마를 보면 기흉으로 쓰러진 주인공의 가슴에 볼펜을 꽂는 등의 응급처치로 환자를 살려내는 장면이 종종 방영되곤 한다. 이처럼 기흉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폐와 흉벽 사이의 표면은 ‘흉막’이라고 하는 얇은 막으로 싸여있으며 흉막과 폐 사이에는 ‘흉강’이라고 하는 좁은 공간이 있다. 기흉이란 어떤 원인에 의해 이 흉막에 구멍이 생겨 폐의 공기가 흉강으로 새어 나와 폐가 줄어들어 호흡 곤란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보통 한쪽 폐에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드물게 양측 폐에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기흉은 외부 자극으로 인해 생기는 ‘외상성 기흉’과 폐암이나 흉막 내 기포 등으로 인해 저절로 생기는 ‘자발성 기흉’ 등이 있다. 외상성 기흉의 가장 흔한 원인은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해 갈비뼈(늑골)가 골절되면서 인접해 있는 폐를 찔러 손상시키는 것이다.
자발성 기흉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전에는 아무 병도 없던 건강한 사람에게 외상 등의 뚜렷한 이유 없이 생기는 일차성(원발성) 자발성 기흉과 이전부터 폐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생기는 이차성(속발성) 자발성 기흉이 있다.
일차성 자발성 기흉이 생기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키가 크면서 마른 체형의 흡연 남성에게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가 큰 사람은 폐상부의 폐포 내부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 소기포가 더 잘 파열되기 때문이다. 이차성 자발성 기흉을 일으키는 폐질환으로는 천식, 세균성 폐렴, 폐농양, 백일해, 악성종양 등이 있다.

◇흉통과 호흡곤란 호소
기흉의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이다. 흉통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등 쪽으로 담이 결린다’고 하거나,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찌르는 듯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또한 흉강에 공기가 고이면서 공기가 차지하는 부피만큼 폐가 찌부러지게 되므로 호흡운동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해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즉, 환자가 열심히 숨을 쉬더라도 폐 속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가스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호흡곤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배미경 일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기흉의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호흡이 불편할 정도의 청색증(입술 등 피부와 점막에 암청색을 띠는 증상)을 동반한 호흡곤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소수의 환자에게는 갑자기 눕거나 앉을 때 가슴에서 덜컹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흉의 진단은 문진과 진찰을 통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지만 크기가 작은 기흉은 별다른 이상 증상이나 진찰소견을 보이지 않으므로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흉부 X-선 촬영은 기흉의 발생여부와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필수적인 검사로, 기흉이 있는 부위가 까맣게 촬영이 된다.

◇기흉의 치료
기흉의 치료 방법에는 휴식과 수술이 있다. 기흉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산소를 투여하고 안정을 취하게 하면 회복된다. 그러나 대부분은 관을 삽입해 샌 공기를 빼거나, 심할 경우 공기가 샌 구멍을 봉합하는 수술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기흉 치료는 ‘흉관’이라는 특수한 관을 흉강 속에 삽입해 공기를 배출시키고 찌부러진 폐를 펴는 흉관삽입술이 시행된다. 보통 기흉의 크기가 크거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흉부 X-선 사진 상 기흉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경우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비수술적 치료법은 이미 발생한 기흉에 대해서는 매우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기흉의 재발은 막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기흉이 재발한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원인이 되는 소기포를 절제하고, 흉막을 유착시키는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공기유출을 근원적으로 막고 기흉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흉막 내부로 화학약품을 투여해 흉막을 유착시키는 ‘흉막유착술’과 폐의 병변을 절개하는 ‘흉강경 수술’이 시행된다. 흉막유착술은 흉관이나 흉강경을 통해 투여된 약품이 흉막에 염증을 일으켜 흉막유착을 일으키기 때문에 기흉이 발생하는 공간인 흉강 자체를 없애버리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과거에는 겨드랑이 절개를 통해 개흉술을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비디오흉강경을 이용해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수술하는 흉강경 수술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흉강경 수술은 개흉술에 비해 상처부위가 1~1.5cm 정도로 작아 흉터가 적게 남으며,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환자의 회복기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배 교수는 “낙상이나 심한 재채기 등을 한 이후 갑자기 이유 없이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 곤란해진다면 기흉을 의심하고 병원에 와야 한다”며 “금연과 함께 기흉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결핵·만성 기관지염을 치료해 건강한 폐를 유지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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