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민간복지 전달체계를 국민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민간복지 전달체계를 국민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3.17 13:37
  • 호수 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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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실무 겸비한 복지전문가… ‘국민연금 아버지’로 불리기도
복지부장관 때 ‘BT산업’ 강조…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 만들어

“민간사회복지가 정부와 복지현장 양쪽에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
서상목(69)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복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민간의 복지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전해지고, 정부의 복지정책에 민간의 뜻이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얘기다. 3월 10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국사회복지회관 5층에서 서 회장을 만나 사회복지협의회가 하는 일을 물었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연금을 설계해 ‘국민연금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어떤 곳인가.
“민간사회복지 부문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단체회원과 개인회원으로 구성돼 있어요. 기업이 운영하는 아산복지재단, 삼성복지재단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병원협회도 들어와 있어요. 건강보험공단, 한국노총 등 복지와 관련된 단체는 모두 들어와 있지요. 대한노인회도 회원단체 중 하나입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1952년 사단법인 한국사회사업연합회로 출범해 민간 사회복지 대표기관으로 정부정책과 민간사업을 연계‧협력하는 전달자와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일반인은 협의회가 하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예산이 300조 원일 정도로 복지수준이 양적으로는 크게 발전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복지수준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한다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해결 방법은.
“제가 여기 와서 두 가지 이론을 만들어냈어요. 하나가 어머니 이론입니다. 복지부가 아버지이면 우리는 어머니 역할을 하겠다는 거지요. 사회복지정책이 규제 중심으로 돼 있어 발전이 어렵고 서비스 환경이 열악해집니다. 아버지의 명령을 받들기만 하는 게 아니고 때로는 설득하고 이해시켜 사회복지 현장이 잘 돌아가게 만들자는 거지요.”

서 회장은 복지서비스 전달시스템을 시계에 비유해 설명했다. 국민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많은 톱니바퀴가 있으나 이들이 적재적소에 연결돼 있지 않아 사회복지라는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현재 시‧도에는 협의회 설치가 의무화 돼 있지만 시‧군‧구에는 60%만 돼 있다. 서 회장은 이를 100% 의무화 해 시‧군‧구가 재정을 지원하는 근거를 만들고 훈련시키고 예산도 지원할 생각이다. 서 회장은 “그렇게 되면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가 전달체계의 중심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같은 성격의 기관인가.
“그렇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두 기관이 잘 협력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해요. 숟가락과 젓가락을 같이 사용해야 식사할 때 편하듯이 두 기관이 앞으로 연계가 잘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나머지 이론은 무언가.
“사회복지현장이 대부분 국가 예산 지원을 받지만 그것으로는 불충분합니다. 민간의 물적‧인적자원을 나눔문화 확산을 통해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우리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에서 지난 10년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CSR과 복지현장을 연계시키는 겁니다.”

▲ 취약계층 농식품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

좋은 예가 ‘푸드뱅크’이다. 식품의 생산‧유통‧판매‧소비 각 단계의 식품을 제조업체나 개인 등 기탁자들로부터 제공 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복지시설이나 취약계층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식품지원 복지서비스다.
서상목 회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복지전문가다. 경기고와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경제학 박사)을 졸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 시절에 국민연금을 설계했다. 이후 13‧14‧15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복지재단 이사장, 도산안창호선생 기념사업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웰페어노믹스: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와 복지국가의 길’ 등 저서가 여러 권 있다.
-‘국민연금의 아버지’라는 말을 듣는다.
“1984년 초 국민연금 초안을 만들어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하자, ‘서 박사, 당신은 미국에 오래 살아 한국을 잘 몰라. 이러다간 한국 망해’라는 말만 들었어요. 4년 후 김만제 전 부총리가 결재를 받아 시행하게 됐습니다.”
-연금을 수령할 때 월급의 40%만 받도록 해 ‘반쪽연금’이란 말이 나온다.
“소득대체율 얘기인데 처음에는 월급의 70%였다가 국민연금 고갈 얘기가 나오면서 노무현 정부 때 40%로 깎였어요. 너무 많이 낮춰 ‘반쪽연금’이 돼 버린 게 사실입니다. 70%까지 주기 위해선 보험료율을 높여야 해요. 처음 설계에는 보험료율을 5년마다 3%씩 높여 15%까지 올리려고 했어요. 그걸 정치인들이 9%로 끊었어요. 더 큰 문제는 보험료를 더 내고 싶어도 못하도록 묶어 놓은 소득상한선이에요. 이것이 더 많이 내고 나중에 더 많이 타가는 걸 막고 있어요. 이 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더구나 공무원연금은 소득상한선이 700~800만 원인데 반해 국민연금은 300만 원대입니다. 노동시장만 양극화가 아니고 연금도 양극화에요.”
-군인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소득대체율을 70%로 정한 게 이들 연금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은 이미 적자가 났는데도 그대로 놔두고 국민연금은 50년 후 적자난다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게 만들어놓고 미리 깎았어요. 미리 대비해 깎는 건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어요. 이들 연금들을 묶어 하나의 연금으로 만들어야 해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통합이 가능합니다.”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해결 방법은.
“최근에 제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임명됐어요. 사회복지협의회장을 넘어 복지전문가로서 노인 빈곤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건 부양의무제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홀몸노인은 50만 원, 부부는 70만 원을 보장해주지만 자식이 수입이 있으면 안 됩니다.”
-부모 부양은 옛말이 됐다.
“어떤 분이 충효사상을 가르쳐 부모를 부양하자는 말을 합니다만 지금은 핵가족 시대에요. 시대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어요. 300만 원 버는 아들이 자기 먹고살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부모를 부양하나요.”
-복지부장관 시절(1993~1995년), 현안은 무엇이었나.
“당시 약사법이 단기적으로 뜨거운 감자였어요. 제가 강조한 것은 IT(정보기술)산업 다음에 BT(생명공학)산업이 중요하므로 이걸 지원육성하자는 거였습니다. 당시는 신약개발 예산도 없고 규제 대상으로 여길 정도였어요. 제가 헬리콥터 타고 현지시찰을 하면서 오송보건의료단지를 설계했습니다.”
-당시 사회복지협의회는 어땠는가.
“제가 장관했던 시절에는 협의회가 별 역할을 못했어요. 이제는 처지가 바뀌어 복지부에 ‘복지계를 육성‧지원하려고 하니 내 체면을 봐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는 입장이 됐지요(웃음).”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기억나는 일은.
“당시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해 쌀 개방이 불가피했어요. 그걸 계기로 농업인을 경제력 있는 계층으로 만들고 농촌을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당과 정부가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100세 시대 노인의 역할은.
“광복 직후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은 우리세대 이후로는 학력도 높고 사회 경험도 많아요. 이들은 과거 노인과 다른 ‘신노년’입니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대한노인회가 그 역할을 맡아 잘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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