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욜로’ 열풍
대한민국은 지금 ‘욜로’ 열풍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6.30 10:39
  • 호수 5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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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한 번뿐’이란 뜻… 집 장만 대신 여행·자기계발에 투자

#1.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한승혁(33) 씨는 주말이 되면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무조건 캠핑을 떠난다. 한 번 갈 때마다 20~30만원씩 소비돼 월급의 30% 이상을 캠핑에 사용하지만 전혀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한 씨는 “불확실한 미래가 조금 걱정되지만 선물(present)과도 같은 현재(present)를 만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 강영주(63) 씨는 3년 전부터 석 달에 한 번씩 아내와 해외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할 때마다 재산이 조금씩 줄지만 여권에 찍히는 도장이 늘어갈 때마다 오히려 행복이 배가 되고 있다 강 씨는 “결혼할 때까지 뒷바라지를 해준 만큼 자식 걱정은 접어두고 아내와 나의 남은 인생을 충분히 즐길 예정”이고 말했다.

▲ 현재의 삶을 만끽하는 욜로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주기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쓰죽회’를 결성하는 등 노인 욜로족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한 쓰죽회가 해외여행 당시 기념촬영을 한 모습.

삶의 질 향상에 초점… 노인 세대도 아낌없이 쓰는 ‘쓰죽회’ 등장

최근 미래보다 지금의 생활을 중시하는 ‘욜로’ 열풍이 국내에도 불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노년층에도 ‘쓰죽회’라 불리는 욜로족이 등장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욜로란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욜로족은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예컨대 모아둔 목돈으로 전셋집을 얻는 대신 세계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생활에 한 달 월급을 과감히 소비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이는 방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tvN ‘윤식당’, O tvN ‘주말엔 숲으로’, 올리브 ‘섬총사’, ‘어느 날 갑자기’, 최근 방송을 시작한 JTBC ‘효리네 민박’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욜로’를 소재로 활용하는 예도 적지 않다. 예능 프로그램은 대중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유행에 가장 예민한 장르로 꼽힌다. 욜로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사람들은 ‘욜로’와 과소비를 혼동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욜로족의 소비는 단순히 어떤 물건에 대한 욕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과소비와는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행이다. 최근 해외여행객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욜로의 확산과 무관치 않다. 과거 많은 사람이 미래를 위한 저축에 큰 가치를 두었다면 최근에는 돈이 아닌 경험을 쌓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부류가 증가해서다.
또한 욜로는 젊은 세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인들 중에서도 자식 걱정 때문에 노후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대신 적극적으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남겨주고 떠나는 것이 대한민국 부모들의 상식이자 문화였지만 이러한 의식에도 서서히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남은 여생 아끼지 말고 다 ‘쓰’고 ‘죽’자”는 의미의 ‘쓰죽회’를 조직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그 증거다. 안동병원의 리더스포럼인 노인교육기관 1기 졸업생들로 형성된 안동 쓰죽회가 대표적이다. 14명으로 구성된 쓰죽회는 매월 회비를 걷어 일정금액이 모이면 아낌없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2010년 중국 항주, 상해를 시작으로 2011년 일본 북해도, 2012년 독일 등 동유럽 6개국, 2013년 괌, 2015년 지중해 등 매년 다른 곳으로 해외여행을 다녔다. 국내여행도 자주 다녀 최근에는 경북 봉화군으로 기차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과 차별화된 점도 있다. 이들이 “다 쓰고 죽겠다”고 다짐한 것에는 재능도 포함된다. 쓰죽회는 여행을 가는 것보다 더 자주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등 재능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회장을 맡은 최준걸 어르신은 “물질적으로만 다 쓰자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진 것을 작은 부분이라도 사회에 환원하고, 남에게 베풀자는 의미로 모임 이름을 쓰죽회로 정했다”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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