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최상의 기회
사방이 동아줄이다
통풍도 좋아서
손에 땀이 차지도 않는다
올라보자, 꼭대기까지!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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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디카시는 사회 풍자가 빼어난 작품이다. 한마디로 빽 있고 돈 있는 놈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데, 나팔꽃이 사방으로 쳐져있는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고 있다. 그물망처럼 동아줄이 내려와 있으니 정상까지 올라가는 일은 얼마나 쉬운가. 중간 중간 지지대도 쳐져 있어서 줄이 끊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탄 것 마냥 단숨에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겠지. 그리고 그곳에서 호령하며 온갖 호사를 다 누리겠지.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선 연일 빽 있고 권력을 쥔 인간들의 인사 청탁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방송을 보거나 신문을 읽고 있으면 울화가 치밀어서 볼 수가 없다.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은 인사다. 철저하게 감독해도 모자랄 판에 그런 걸 눈 감아온 정부, 그런 걸 당연시 하는 권력자들. 철저하게 농락당한 이 땅의 젊은 청춘들에게 미안하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더 이상 튀어나올 희망이 남아있지 않아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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