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기침, 과연 감기 때문일까?
멈추지 않는 기침, 과연 감기 때문일까?
  • 허태성
  • 승인 2017.11.17 13:41
  • 호수 5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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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38]

진료실 밖이 시끄럽다. 쉬지 않고 콜록대는 기침 소리 때문이다. 다른 환자들을 진료하는 동안에도 기침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기침의 주인공 오애원씨가 진료실로 들어섰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기침이 멎질 않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선생님.”
기침은 우리나라 내과 개원의사가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증상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문진 몇 마디로 기침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가 원하는 대로 기침을 딱 멎게 해줄 수 없으면 환자들은 내과, 이비인후과 개원의를 전전하다 결국 대학병원 호흡기내과까지 찾게 된다. 이쯤 되면 기침 증상 때문에 환자의 생활은 피폐해져 엉망일 것이다. 오죽하면 기침 때문에 ‘살려 달라’는 말을 다 할까?

환자에게 ‘언제부터 기침이 시작됐는지’, ‘하루 중 언제 기침이 가장 심한지’, ‘가래가 있는지 없는지’, ‘기침을 하고 나면 쌕쌕 소리가 나는지’ 등을 물었다. 환자는 4주 전, 감기에 걸린 후부터 기침이 지속됐고, 처음에는 노란 가래가 나왔지만 집 근처 병원에서 처방된 약을 먹고 나서 가래는 없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기침은 여전히 멎지 않았고,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전화 통화를 한다거나 상담을 할 때에도 기침이 계속됐다고 했다. 문진만으로는 기침의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없어 가슴 영상촬영과 부비동 촬영, 천식유발검사까지 해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기침은 세균 등의 유해물질, 또는 이물질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동시에 흡입된 이물질이나 기도의 분비물을 기도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우리 몸의 방어 작용이다. 하지만 기침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그것은 우리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기침의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수십 가지나 되는 기침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기침의 지속기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3주 이내의 기침을 급성기침, 3~8주까지의 기침을 아급성 기침이라 하며, 8주 이상 기침하는 것을 만성기침이라 한다. 급성기침의 대표적인 원인은 감기나 급성 부비동염 같은 상기도 감염이다. 3~8주간 지속되는 아급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감염 후 기침이다. 8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기침의 원인으로는 부비동염 등의 후비루 증후군, 기침형 천식,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이 있다. 때에 따라서는 2개 이상의 질환이 합쳐져 만성기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씨의 정보와 영상소견을 종합해 본 결과, 기침의 원인은 감염 후 기침으로 판단됐다. ‘감염 후 기침’은 바이러스에 의해 상기도뿐 아니라 하부기도인 대기도까지 감염돼 생긴 염증 때문에 기침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기도가 과민해져 작은 반응에도 기침이 시작되며, 염증으로 인해 기도상피세포가 떨어져 나가면서 더욱 심한 기침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처럼 기침은 원인에 따라 조금씩 특징이 다르다. 만성기침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후비루 증후군은 가래가 목 뒤로 넘어가면서 이 자극으로 인해 기침을 하는 경우다. 후비루 증후군을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인 부비동염은 누워 있을 때 기침이 심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침만 하는 기침형 천식도 있어 확진을 위해서는 비특이 기관지유발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식도 역류질환 및 후두 역류질환은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미주신경에 의한 반사작용과 위액에 의해 점막이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장기간 흡연을 하는 노인의 경우, 수년간 기침과 가래가 동반된다면 COPD, 즉 만성폐쇄성 폐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온다면 폐암도 의심해야 한다. 
기침은 그 자체만으로도 병이지만, 우리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기침이 오랫동안 계속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확실한 진단을 받고 올바르게 치료받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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