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대한노인회 전남 광양시지회장 “노인들 과소평가하는 고질적 편견 해소에 노인이 앞장서야”
김종규 대한노인회 전남 광양시지회장 “노인들 과소평가하는 고질적 편견 해소에 노인이 앞장서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03.09 11:03
  • 호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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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의회 의원 역임… 12년간 경로당 회장하며 인심 잃지 않아   

취업 최우수기관으로 선정… “센터장, 노인일자리 위해 태어난 듯”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대한노인회 전남 광양시지회의 어르신들은 취업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지회장의 노인 일자리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취업 알선에 온몸을 던져 일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광양시지회는 2017년 14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일과 봉사의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이 같은 열정과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월 26일 개최한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서 사업추진실적 최우수기관(취업지원사업분야)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3월 초, 전남 광양시 광양읍 남문1길에 위치한 지회 회관에서 김종규(76) 광양시지회장을 만나 ‘지회 운영 노하우와 노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들었다. 

-광양은 제철산업으로 유명하다.

“제철산업이 번창할 때에는 광양시가 전남에서의 경제 자립도 면에서 1,2위를 다툴 정도였다. 그 시기에 지역 경제 활동도 활발해 인구가 급속도로 유입됐고 중마동(中馬洞) 중심거리는 서울 명동 못지않게 번화했다. 식도락가의 입맛을 사로잡는 ‘광양불고기’도 유명하고 ‘광양김’의 원조 격인 태인동의 해태(김)도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지금은 궁기마을 입구에 ‘김시식지’ 비만 남아 있다.”

-경로당에 제철소 다니던 어르신들이 많이 있을 것 같다.

“맞다. 광양제철소가 원래 포항제철의 모체였다. 포철 전직 사우들 200여명이 오순도순 모여서 지내는 ‘금호어버이의집’과 ‘금당어버이의집’ 두 곳은 제철소에서 지어준 경로당이다.”

-취업지원사업분야 최우수기관으로 상을 받았는데.

“우리 취업지원센터장(주차엽)이 깔끔하게 일을 잘한다. 이곳서 먼거리에 있는 완도의 미역공장에 취업시키고 고흥 쪽에도 보내고 한다. 마치 노인일자리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웃음).”

주차엽 센터장은 지난해 민간취업에만 420여명을 취업시켜 2015년과 2017년 대한노인회 ‘취업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 센터장은 “힘보다는 경험과 요령이 필요한 업무에 어르신들을 투입한다”며 “생산 작업, 문화재 발굴, 바다종패작업, 유자공장 등 그룹으로 취업을 알선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바다종패작업은 순천 앞바다에 길이 2m 가량의 막대를 진흙바닥에 꽂는 일로 이 막대를 이용해 꼬막을 키우고 수확한다. 광양시지회는 그밖에도 주차장관리, 경로당 급식도우미, 정류장 청소 등에 취업을 알선해주고 있다.

-정류장 청소일자리는 처음 듣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의 의자들이 오염 되고 휴지가 많아 앉기가 주저된다. 어르신들이 370여개 정류장의 불법스티커 제거도 하고 유리도 닦고 하니까 지자체나 주민들의 호응이 아주 좋다.”

-광양시 어르신들 현황은.

“광양시 노인인구가 1만7000여명이고 노인회원은 1만300여명이다. 연령대는 80~85세이며 빈곤층은 적다고 본다. 작년의 경우 새로 150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310개 (여성회원만 있는 ‘경모정’ 포함) 경로당에서 회원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지회의 운영계획에 따라 1만7000여명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 수가 늘어나는 배경은.

“특별하게 불리한 점은 없겠지만 경로당 회원이 됨으로써 소속감도 갖게 되고 여러 가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으로 본다. 경로당 냉·난방비 등 시의 보조가 많은데 회원이 아니면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지 않는가.”  

-시와의 협조 관계는 어떤가?

“정현복 광양시장은 정말 노인회에 잘 하는 분이다. 여름, 겨울 구분 없이 경로당을 방문하는 게 생활화 된 듯하다. 제가 우연히 한 경로당을 찾았을 때 마침 거기 정 시장도 와 계셨다. 정 시장은 땀을 훔치며 불편한 사항이 없는지 물었다. 만약 민원이 생기면 바로 조치하기 때문에 경로당 회원들은 불편한 점이 거의 없을 정도다.” 

-경로당 특색 사업이라면.

“노인자원봉사클럽이 잘 운영된다. 조끼 입고 학교 주변과 개울가를 청소해주는 어르신들에게 주민들이 고마워한다. 노인대학은 동부(50명)와 서부(60명) 두 곳이며 오늘 오전에 동부 노인대학 개강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왔다.”

김종규 광양시지회장(왼쪽)이 2월 26일 열린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서 취업최우수기관상을 받았다.
김종규 광양시지회장(왼쪽)이 2월 26일 열린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서 취업최우수기관상을 받았다.

김종규 지회장은 광양 출신이다. 전남대를 중퇴한 후 건축업, 수산업협동조합에 종사했다. 광양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경로당 회장(12년)을 거쳐 2016년 3월, 지회장 선거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광양시 동부 환경보존회 명예회장, 성균관 유도회 전라남도 운영위원으로 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지인으로부터 노인 회장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노인을 위한 봉사의 삶을 살자’는 각오로 시작했다.”

-경로당 회장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광양읍 중앙경로당 회장을 맡아 하는 동안 1년에 한 번씩 어렵게 지내는 노인 100여명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어드렸다. 지금도 총회나 노인의 날이면 회관 2층 강당에 모여 음식도 같이 먹고 반주도 하고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낸다.”

-지회장에 당선된 비결이라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되돌아보면 경로당 회장하면서 인심을 잃지 않은 점, 또 하나는 부친 덕을 본 셈이다. 아버님은 어려운 사람이 찾아오면 가방에 곡식을 채워주고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곤 했다.”

-노인 공경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경로효친 단어가 점점 쇠퇴해져가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른을 모시는 사회풍토도 변했지만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노인들도 처신을 달리해야 한다. 칭찬을 많이 하고, 바른 행동을 하고, 대접 받기보다는 많이 베풀어야 한다.”

김 지회장은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래 각종 행사와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다. 관 주최의 행사에선 노인 회장을 앞서 소개하지만 민간단체 주관의 행사에선 아예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어른보다 시장, 군수, 의장 등 정치인들을 우선시 하는 것”이라며 “이런 일들로 인해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이어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지긴 했다”며 “며칠 전 광양문화원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했더니만 주최 측이 ‘많은 귀빈이 참석하셨지만 시간 관계상 딱 한 분만 소개하겠다’며 노인 회장을 소개해 기분이 좋았다”며 웃었다.

-노인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노인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 노인이 사대주의 사상에서 벗어나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우리가 바뀌면 우리를 보는 사회의 눈도 변할 것이다.”

-노인 회장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여생을 살아가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다가 인생을 마칠 수 있는 생활 여건을 만들어주는데 주력할 것이다. 특히 노인들을 과소평가하는 고질적·사회적 편견 등의 해소에 노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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