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음주천국‧흡연지옥
대한민국은 음주천국‧흡연지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8.05.11 13:12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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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명동에 가면 ‘예수천국‧불신지옥’이라는 피켓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열성적으로 전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문구 하나만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돌아가는 일련의 상황을 보다가 이 문구가 떠올랐다. ‘예수’와 ‘불신’을 대신해 ‘음주’와 ‘흡연’을 넣긴 했지만 말이다. 
대한민국은 음주에는 관대하고 흡연에는 가혹하다. ‘음주천국‧흡연지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흡연자들은 2015년 담배값이 두 배나 뛰는 어마어마한 가격상승을 경험했다. 더군다나 흡연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웠다간 벌금을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자기 집에서조차 담배를 마음대로 못 피운다. 원활한 배변활동을 위해, 심신 안정을 위해 화장실에서 연초(煙草) 연기를 내뿜었다간 윗집에 항의를 받기 일쑤다.  

반면 애주가들에겐 천국이다. 담배 한 갑 가격이면 소주 2병은 기본이고 간단한 주전부리까지 곁들일 수 있다. 어디든지 자리만 깔면 술판을 벌일 수 있다. 담뱃갑에는 혐오스런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소주병엔 그 자리에 아름다운 연예인이 새겨져 있다. 
무엇보다 술 먹고 사람을 때리거나 죽여도 심신미약을 근거로 감형해준다. 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줘도 마찬가지고 음주운전으로 대형사고를 내도 법원에서 알아서 형량을 줄여주니 얼마나 좋은가.

담배의 직‧간접흡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담배 때문이라고 콕 찍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건 많은 과학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술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담배와 달리 명확히 술이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에 대한 제재는 전무하다. 굳이 찾아보자면 청소년에게 판매하는 걸 금지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 할아버지 등 직계 가족이 권하는 술은 마셔도 된다는 미풍양속이 있음으로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한 여성 소방관이 주취폭력에 희생돼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가해자는 술에 의한 심신미약을 주장할 것이 뻔하고 현재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나 그랬듯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감경해줄 것이다. 판단이 흐려지는 걸 알고도 술을 계속 마시는 사람이 주로 범죄를 저지른다. 살인으로 치면 계획살인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감형이 아닌 가중처벌의 대상이 아닐까. 세상이 바뀌었다. 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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