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없는 한반도’ 공동선언… 김정은, 이르면 연내 서울 답방
‘핵무기 없는 한반도’ 공동선언… 김정은, 이르면 연내 서울 답방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8.09.21 10:32
  • 호수 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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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서 ‘9·19 평양선언’에 합의

[백세시대=조종도기자]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영구 폐기 등 ‘비핵화’ 문서화

연내 철도 연결 착공식… 금강산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문 대통령 “평화의 큰 걸음 내딛자” 평양시민에 연설 

[백두산 정상에 선 남북 정상]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0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두산 정상에 선 남북 정상]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0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했다. 

남북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은 ▶한반도 전쟁위험 제거(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 비무장지대 등 대치지역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 경제협력(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이산가족 문제 해결(금강산 상설 면회소 우선 실현)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 협력 ▶한반도 비핵화(동창리 엔진시험장 영구 폐기, 미 상응조치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김정은 위원장,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방문 등이다.    

18일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5분부터 두 시간 동안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1일차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둘째 날인 19일 오전 10시부터 백화원 영빈관에서 추가회담을 가졌다. 첫날 회담에는 남측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측에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합석했으며, 둘째 날엔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회견에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면서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의 참여하에 영구 폐쇄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영구 비핵화가 머지않았다”며 “남북은 앞으로도 미국 등 국제사회와 비핵화의 최종 달성을 위해 긴밀히 협의하고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방문하기로 했다”면서 “가까운 시일 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김 위원장은 “수십년 세월 지속돼 온 처절하고 비극적인 대결과 적대의 역사를 끝장내기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면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육성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세계는 오랫동안 짓눌리고 갈라져 고통과 불행을 겪어 온 우리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앞날을 당겨오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며 “나는 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각계각층의 내왕과 접촉, 다방면적인 대화와 협력, 다양한 교류를 활성화해 민족화해와 통일의 대하가 더는 거스를 수 없이 북남 삼천리에 흐르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방도도 협의했다”면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이 모든 소중한 합의와 약속들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선언은 길지 않아도 여기엔 새로운 희망으로 높뛰는 민족의 숨결이 있고 강렬한 통일의지로 불타는 겨레의 넋이 있으며 머지잖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19일 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한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을 향해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의 소개로 연단에 올라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여년을 헤어져 살았다”며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으로 북한 대중을 상대로 한 첫 연설이었다.

◇백두산 동반 방문으로 마무리

4·27 남북정상회담이 ‘도보다리 독대’라는 명장면을 남겼다면 9월 평양 정상회담은 '백두산 동반 방문'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방북 셋째 날인 20일 오전 김 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백두산 방문에 대해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평소 백두산을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가더라도 중국 쪽이 아닌 우리 쪽을 통해 가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떠나 평양 순안공항서 공군 2호기를 타고 삼지연공항으로 향했다. 

 

9월 18일 순안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일행을 평양 시민들이 연도에 몰려나와 꽃술과 한반도기 등을 들고 뜨겁게 환영하고 있다.
9월 18일 순안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일행을 평양 시민들이 연도에 몰려나와 꽃술과 한반도기 등을 들고 뜨겁게 환영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북·미의 역사적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 덕”

방북 환영 예포 21발…두 정상 함께 무개차 타고 카퍼레이드

김 위원장 부부는 삼지연공항에 미리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영접하고 환영식을 한 뒤 백두산 장군봉으로 향했다. 

자동차를 타고 공항을 떠난 남북 정상 부부는 정상인 장군봉에 도착했다. 장군봉을 본 남북 정상은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인 향도역에 잠시 들렀다가 오전 10시 10분 케이블카를 타고 10시 20분께 마침내 천지에 발을 디뎠다.

◇첫날 만남부터 친밀감으로 시작

남북 정상은 첫날 회담부터 서로를 추켜세우는 덕담과 함께 친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님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에 북남 관계, 조·미(북·미)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재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가 지고 있고, 져야 할 무게를 절감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8000만 겨레에게 한가위 선물로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북한의 환대에 사의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도착한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는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직접 마중을 나왔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용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등 북한의 핵심 인사들이 활주로에 도열했다. 두 정상은 악수한 뒤 서양 사람들처럼 세 번이나 포옹을 하기도 했다. 

북한 인민국 명예위병대(의장대)는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했으며 21발의 예포를 쏘았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예포를 쏜 것은 사상 처음이고, 21발의 예포는 국가원수에 대한 의전행사임을 뜻한다. 

◇평양시민 10만명 환영 

평양 순안공항에서 공식 환영행사를 마치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평양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깜짝 카퍼레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초 공항에서 김정숙 여사와 리무진에 올랐으나 평양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는 입구인 버드나무거리의 연못동부터 김정은 위원장과 무개차에 동승해 평양시민의 연도 환영을 받았다.

이날 문 대통령에 대한 연도 환영은 순안공항→연못동→전승동 영생탑→여명거리→금수산 태양궁전→백화원 영빈관까지 수km에 달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탄 첫 차량과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탄 두번째 차량이 3대혁명전시관이 가까운 연못동에서 멈춰 서자 흰색 한복을 입은 젊은 여성이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다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이를 넘겨받았다.

두 정상은 한동안 걸어가면서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이어 무개차에 동승했다. 정장과 한복 차림의 평양 시민들은 도로 양옆에 늘어서 조화와 인공기·한반도기를 흔들며 ‘조국통일’을 외쳤다.

청와대는 이날 환영에 나온 시민 수가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9·19 남북정상회담

평양공동선언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양 정상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당국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 다방면적 민간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들이 취해지는 등 훌륭한 성과들이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양 정상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를 민족적 화해와 협력, 확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현재의 남북관계 발전을 통일로 이어갈 것을 바라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하여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켜 나가기 위한 제반 문제들과 실천적 대책들을 허심탄회하고 심도있게 논의하였으며, 이번 평양정상회담이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1.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며, 한반도를 항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하여 군사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상호호혜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년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내 개소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적십자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하였다.

 

4.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① 남과 북은 문화 및 예술분야의 교류를 더욱 증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10월 중에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10·4 선언 11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의의있게 개최하며, 3·1운동 100주년을 남북이 공동으로 기념하기로 하고, 그를 위한 실무적인 방안을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

 

5.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①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②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③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하였다.

 

6.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18년 9월 19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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