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 50주년과 적폐청산
‘68혁명’ 50주년과 적폐청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8.10.19 18:42
  • 호수 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한 독문학 교수가 한 발언이 흥미롭다. 그는 “우리나라가 촛불혁명 등을 거치면서 위대한 민주혁명의 전통을 이어오면서도 반복적으로 (유사)파시즘의 야만으로 추락하고 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이미 50년 전 다른 나라들이 겪은 것들이며 이러한 지각 현상이 생겨난 것은 한국이 세계사의 보편적 흐름에서 유리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계사의 보편적 흐름이 프랑스의 ‘68혁명’(5월 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현대세계를 만든 이 세계혁명의 세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 역시 이 독문학 교수와 마찬가지로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하며 불평등한 우리 사회가 도대체 왜 조금도 진화하지 못한 채 수십 년간 갈등과 분열, 독식과 배타 속에서 신음해야 하는지 이유가 궁금했던 터였다. 그런 참에 이 독문학 교수의 지적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보는 듯 반갑기도 했다. 

68혁명은 무언가. 1968년 5월, 프랑스 낭테르대가 학생들과의 대립으로 학교를 폐쇄하자 이에 반발한 소르본대 학생들이 봉기했다. 이 봉기는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했고 노동자들이 시위에 가담하면서 수많은 프랑스인을 혁명의 도가니 속으로 빠트렸다. 

이들의 봉기는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 ‘사랑할수록 더 많이 혁명한다’ 같은 특이한 슬로건이 보여주듯 자본주의 경제가 만들어낸 발전 그리고 경제적 진보에 대한 단호한 거부와 소외되지 않은 삶에 대한 열망이었다. 

초기 정부 진압 시도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오히려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바리게이트를 쌓고 경찰과 대치하자 정부는 진압을 포기하고 말았다.

100만여명의 노동자가 공장을 점거하면서 대규모 파업을 벌였고 학생들은 소르본대를 점거하고 학생소비에트를 선언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자 군부대 투입도 불가능해졌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은 파리를 떠나 독일군 주둔기지로 피신하기까지 했다.

이때 대중이 지배 권력뿐 아니라 자기들의 존재까지 위협한다고 느낀 프랑스 공산당과 노동총연맹은 다양한 이간책을 동원해 학생과 노동자를 분열시켰고 그 결과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면서 사태가 진정됐다. 다음달 6월, 드골은 총선을 실시했고 이 선거에서 드골 정부는 압승을 거뒀다. 이렇게 두 달 좀 못되는 기간에 걸쳐 진행된 일련의 혁명운동을 ‘68혁명’이라고 한다.

68혁명은 이후 베를린, 로마로 번졌고 ‘철의 장막’을 넘어 ‘프라하의 봄’을 점화한 후 도버해협을 건너 런던을 불살랐다. 대서양을 넘어 뉴욕, 미국 대륙을 횡단해 샌프란시스코까지 닿았다. 다시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까지 이어지면서 일본 도쿄까지 덮쳤다. 

그런데 이 거대한 세계혁명이 유독 한국만은 비켜갔다. 그 이유는 무언가. 독문학 교수는 “극단적 반공주의, 근대화 담론의 배타적 지배, 세상물정에 어두운 지식인 사회, 언론의 왜곡보도, 아메리카니즘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베트남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전 세계 지식인과 대학생이 반대한 베트남 전쟁에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투병(32만명)을 파견한 사실상 유일한 나라였다. 이러한 한국 예외주의가 이후 한국 사회를 세계 공론장의 흐름에서 배제된 ‘무지의 골짜기’에 가두고 한국인의 삶을 지속적으로 억압해 온 것이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68혁명 50주년이 되는 해로 한국을 비롯 세계 곳곳에서 이를 기념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전직 대통령을 두 명씩 감옥에 보내는 등 적폐청산이란 이름의 무적열차가 폭주를 멈추고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역에 들어서려면 68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얻을 것은 무엇이고, 버릴 것은 무엇인지 잘 판단해 ‘촛불혁명’의 가치와 교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