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세계 다룬 풍자 드라마 인기…사제, 교도소 의사, 파파라치 등 드라마 주인공 다채
직업 세계 다룬 풍자 드라마 인기…사제, 교도소 의사, 파파라치 등 드라마 주인공 다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4.19 14:14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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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버닝썬’ 문제 등 비판한 ‘열혈사제’, 교도소 의사들의 암투 ‘닥터 프리즈너’ 인기 

 ‘더 뱅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도 직업 특색 녹여낸 이야기로 호평 받아

“의사가 주인공일 경우 미국드라마에선 진료를 하고 일본드라마에선 교훈을 주고 한국드라마에선 연애를 한다.”

한때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끈 한·미·일 드라마 특징을 정리한 글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실제 한국드라마, 특히 지상파 드라마에선 어떤 직업이 나오든 본업은 내팽개치고 ‘연애’에만 집중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 말도 이제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직업의 세계를 잘 묘사한 신랄한 풍자극을 대거 선보이며 변화에 나선 것이다.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SBS ‘열혈사제’가 대표적이다. 기존 드라마에서 조연도 아닌 단역에만 머물렀던 신부를 전면에 내세워 사회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그간 지상파 드라마에서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사제, 교도소 의사, 파파라치를 주인공으로 해 직업의 세계를 소개하며 신랄하게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말보다 주먹이 앞선 신부님의 활약을 기록한 ‘열혈사제’의 모습.
그간 지상파 드라마에서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사제, 교도소 의사, 파파라치를 주인공으로 해 직업의 세계를 소개하며 신랄하게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말보다 주먹이 앞선 신부님의 활약을 기록한 ‘열혈사제’의 모습.

말보단 주먹이 앞선 꼴통사제 김해일(김남길 분)와 사고뭉치 형사인 구대영(김성균 분)의 공조수사를 그린 작품은 관피아, 지역 복지기관의 착취, 사이비 종교 등의 현실적인 주제를 다뤘다. 작품 속에서 김해일은 죄 를 짓고도 고해성사 한 번으로 마음 편히 사는 나쁜 놈들과 부패한 세상에 철퇴를 가한다. 답답한 현실 속, 분노할 곳에 분노를 터뜨리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와 짜릿함을 느낀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는 경찰서장과 클럽 ‘라이징 문’ 간 철저한 유착관계를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클럽 안에서 공공연하게 마약이 돌고 연예인, 재벌 2세들과 연루된 극 중 이야기는 마약과 섹스 스캔들 등 최근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클럽 ‘버닝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파파라치(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의 사생활을 찍어 돈을 받고 파는 사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SBS ‘빅이슈’ 역시 시작부터 연예계의 각종 어두운 이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주목을 받았다. 특종을 찍기 위한 파파라치의 세계를 다루면서 기차 안에서 벌어진 인기 아이돌의 은밀한 도박이야기를 시작으로 SNS 내 여성 비하발언과 동영상 파문, 클럽 내 마약과 도박, 특권층의 환부를 기록한 태블릿의 존재, 대기업 회장과 신인 여배우의 스폰서 스캔들, 톱배우의 병역 비리 등 현실 속 이야기를고스란히 극에 담고 있다.

교도소내 의사들의 암투와 복수극을 그린 ‘닥터 프리즈너’,
교도소내 의사들의 암투와 복수극을 그린 ‘닥터 프리즈너’,

KBS ‘닥터 프리즈너’는 덫에 휘말린 엘리트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교도소의 왕’인 의료과장이 돼 펼치는 복수극을 그리며 15%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그는 명의가 되려던 자신의 꿈을 무너트린 대기업에 복수하기 위해 간교한 재벌 사모님과 사이코패스 재벌 아들의 없는 병도 만들어줘서 형 집행정지를 돕는다.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의료과장 후보자를 납치하는 등 악당보다 더한 악행을 저지르는 예측불허 캐릭터로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4월 1일 방영을 시작한 KBS ‘국민여러분!’은 아버지부터 할아버지까지 사기를 가업으로 삼고 있는 집안의 3대 독자인 주인공 양정국(최시원 분)이 얼떨결에 경찰인 김미영(이유영 분)과 결혼하고, 또한 원치 않은 사건에 휘말려 국회의원에 출마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방송 초반이지만 “지하철 꼭 놔 드리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국회의원 후보들을 향해 주인공 양정국이 “진짜 국민들 편하라고 그러는 거야? 집값이 오르니까, 그러면 니들이 돈을 버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며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남발하는 무능한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 만화 ‘감사역 노자키’를 원작으로 한 MBC ‘더 뱅커’는 대기발령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노대호(김상중 분)가 감사실 요원들과 함께 조직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다는 이야기다. 은행의 정무적 판단으로 진행된 불법 대출과 은행지점을 통한 배임 사건을 시작으로 정치계와 연결된 채용 비리 사건 등을 사실적으로 다루면서 호평 받고 있다. 

4월 8일 첫방송을 내보낸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한국 드라마에선 처음으로 근로감독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왕년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 교사였지만 지금은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하는 6년 차 공무원 조진갑(김동욱 분)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직업의 특성을 내세워 ‘을’들의 억울함을 해결하고, ‘갑’들을 처벌한다. 악덕 갑질에 대한 응징뿐만 아니라 을들이 겪는 뼈아픈 현실까지 담아내며 공감과 동시에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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