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관절염치료제가 가짜로 드러난 ‘인보사’ 사건… 바이오업계 ‘타산지석’ 삼아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관절염치료제가 가짜로 드러난 ‘인보사’ 사건… 바이오업계 ‘타산지석’ 삼아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5.31 11:25
  • 호수 6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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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무릎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알려진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인보사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골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하던 중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유통‧판매가 중단됐다. 

조사에 나선 식약처는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5월 28일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했다. 허위 자료를 이유로 의약품 허가가 취소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관절염 환자를 비롯한 국민의 신뢰를 노골적으로 농락했다는 점에서 ‘제2의 황우석 사태’로 여기고 있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계 첫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알려졌다. 2017년 7월 식약처에서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주사제인 인보사는 1액과 2액으로 구성돼 있는데, 1액은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것이고, 2액은 연골세포가 잘 자라도록 하는 성장인자와 유전자로 만들어졌다. 

2017년 11월 시장에 출시된 인보사는 1회 주사에 600~700만원이 드는 고가의 약제임에도 불구하고 수술 없이 1회 주사로 2년 이상 관절염의 기능과 통증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점 때문에 시술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 시판을 위한 임상시험과정에서 인보사의 1, 2액 중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유래세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장유래세포는 무한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연구용으로는 흔히 사용되지만,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환자 몸 안에서 암세포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알려졌다. 

인보사는 현재까지 438개 병‧의원에서 3707건 투약된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는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면서도 임상과 시판 후 우려될만한 사항이 보고된 게 없다는 점을 들어 안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일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을 대비해 투약 환자들을 15년간 장기추적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허가 과정의 잘못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2017년 4월 인보사 허가와 관련해 처음 개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선 위원 7명 중 6명이 인보사 허가에 반대했다. 연골 구조의 개선 없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의약품으로 허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열린 2차 심의에서는 심의위원이 바뀌면서 ‘통증 완화’ 약물임을 명시하는 조건으로 판매를 승인했다. 식약처는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판매를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허가 과정에서 심사가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1999년 인보사 개발을 본격화하고, 2006년 임상시험을 시작한 뒤 2017년 인보사를 판매할 때까지 인보사의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6월 18일은 인보사의 허가 취소와 관련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 허가 심사 당시 문제가 된 자료들을 제출한 이유를 설명하고, 처분 수위 경감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사태로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연구개발과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시점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져버린 것이다. 지금 문제를 잘 딛고 일어서지 않으면 바이오산업 발전에 거대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제약사는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임하고, 정부는 앞으로 유사한 사건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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