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어르신상담 [15] “혼자 살고 있는 제 친구가 삶을 비관해 걱정이에요”
마음을 여는 어르신상담 [15] “혼자 살고 있는 제 친구가 삶을 비관해 걱정이에요”
  •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 승인 2020.09.04 13:22
  • 호수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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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올해 70대 후반인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한 동네에 혼자 살며 가까이 지내는 동갑내기 친구가 요즘 죽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처음에 한두 번은 그냥 하는 소리려니 하고 듣고 넘겼지만, 평소 소탈하던 친구가 웃지도 않고 석달째 동네 모임에 참석도 안 하다 보니 점점 불안해집니다.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물어봐도 한숨만 쉴 뿐 말을 하지 않아요.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아프기 마련인데, 친구도 작년부터 건강이 부쩍 좋지 않아 제 몸 건사하기가 힘들어지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방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고, 무릎이 아프다며 바깥으로 나오는 걸 힘에 부쳐합니다. 그러다보니, “앞으로 아이들 고생시킬 일만 남았다”며, “고통당하며 생명을 부지하기보다는 깨끗하게 정리하고 좋은날 정해서 가고 싶다”고만 합니다.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A 친구의 건강이 나빠지며, 예전과 달리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어르신 마음이 느껴집니다.

친구분의 경우 현재 혼자 건강이 좋지 않은 채 지내고 있다 보니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있어 보이며, 이로 인해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죽고 싶다’는 말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노년기에는 많은 변화를 겪는 만큼 습관적으로 ‘죽고 싶다’고 자주 표현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감정은 실제로 죽기를 원한다기 보다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표시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 무언가를 해주지 못하더라도 옆에서 관심을 갖고 지지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군가 내 어려움을 들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외롭고 절망스런 마음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지금 어르신이 친구분을 걱정하고 있는 마음이 친구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기력이 더 없어지거나, 안전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주변의 동년배들이 자주 들여다보며 안부를 묻고, 지금 상황이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님을 이야기하며 불안감을 낮출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을 듯합니다. 그럼에도 친구분이 계속해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 물건을 정리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면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우울은 마음의 감기와 같아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노력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지만 그냥 방치하면 자살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예방과 관련한 전문상담은 저희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나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노인 5명중 1명이 우울증상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옆에서 우울한 원인을 해소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어르신처럼 주변에 혼자 지내며 힘들어하는 분은 없는지 아주 잠깐만 그들에게 관심을 나눈다면, 그 노력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귀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움말 :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02-723-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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