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오수(午睡)
[디카시 산책] 오수(午睡)
  • 디카시·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2.04.18 11:11
  • 호수 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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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午睡)

봄볕에 그만 정신줄을 놓아버렸어요

춘곤증은 천하무적
도저히 이길 수가 없네요

아, 발 저려


잔물결 일으킬 정도의 바람도 살랑 불어오고 봄볕이 자꾸 온 몸을 간질거리면 밀려오는 잠을 어떻게 이길 수 있나요. 아무리 힘센 천하무적이라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몰려오는 잠은 당해낼 재간이 없을 거에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잖아요. 발이 저려 밀려드는 낮잠을 쫓고 싶어도 거위라 한들 이겨내기란 요원해보입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일렁이는 물결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잠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요. 거위 옆에서 세상 시름 다 잊고 오수에 들어볼까요. 무릉도원이 나오고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봄날이 천지사방에 꽃잎을 뿌려대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세상이 펼쳐지겠지요. 잠깐이나마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거 같네요. 그렇게라도 한시름 놓아버리고 싶은 봄날이 올해도 어김없이 천지사방에 환합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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