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경기 남양주시지회 ‘마실머리방’ 노인일자리 사업단 쾌속 출발 “은퇴 미용사들의 경력 살린 것이 주효”
대한노인회 경기 남양주시지회 ‘마실머리방’ 노인일자리 사업단 쾌속 출발 “은퇴 미용사들의 경력 살린 것이 주효”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7.25 10:16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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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남양주시지회가 은퇴 미용사들의 경력을 활용한 시장형 노인일자리를 개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마실머리방’을 기획한 김혜원 남양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장(왼쪽)과 참여자 어르신들이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
최근 경기 남양주시지회가 은퇴 미용사들의 경력을 활용한 시장형 노인일자리를 개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마실머리방’을 기획한 김혜원 남양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장(왼쪽)과 참여자 어르신들이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

시장형사업단, 경쟁력있어야 승산… 참여자 은퇴 전 직업 활용 중요

윤해원 남양주시지회장 “전국 첫 시도… 머리방 10호점까지 늘릴 것”

[백세시대=배성호기자] 40년간 미용사로 일한 노복임(71) 어르신은 지난 2017년 정든 가위를 내려놓고 은퇴를 결심한다. 실력은 자신 있었지만 체력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미용실 특성상 주 5~6일 가량 일을 해야 하는데 60세가 된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떨어져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다. 비록 은퇴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계속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다시 미용 현장으로 돌아왔다. 대한노인회 경기 남양주시지회(지회장 윤해원)가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마실머리방’을 개업하면서부터다. 노 어르신은 “주 3일만 일하면 돼 체력적 부담도 크지 않고 삶의 활력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노인회 남양주시지회가 미용사로 활동하다 현역에서 물러난 여성 어르신들의 경력을 활용한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단을 출범시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시장형 일자리들이 대부분 참여자들의 은퇴 전 직업과 무관하게 일을 새로 배워야 하는 구조였지만 ‘마실머리방’은 수십 년간 쌓아온 내공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내년부터 시장형 노인일자리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은퇴자 노인일자리 발굴은 큰 의미를 가진다.

‘마실머리방’은 김혜원 남양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04년 남양주시지회 취업지원센터장으로 부임한 김 센터장은 시장형 노인일자리가 생소했던 2005년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세차사업단을 기획해 성공시켰다. 전국에서 잇달아 벤치마킹할 정도로 각광받은 사업으로 7호점까지 확대하며 수완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잇달아 실패했던 실버편의점도 그녀의 손을 거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2021년 3월 개소한 1호점은 안정적인 수입을 꾸준히 내고 있고 지난 6월 오픈한 2호점은 일매출 180만원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하루에 250만~350만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이와 같이 190명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며 중소기업 수준의 사업단을 운영하게 된 김 센터장은 향후 보다 많은 시장형 사업단이 등장하려면 젊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의 경력을 활용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더라도 주기적으로 염색을 한다는 점을 주의 깊게 관찰해온 김 센터장은 은퇴 미용사들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염색을 해주는 일명 ‘염색방’을 운영하면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 센터장은 “만나는 어르신들마다 머리 손질하는 비용이 너무 아깝다고 해서 염색만이라도 비용을 덜어드리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남양주시에 제출했는데 이때 남양주시가 염색방이 아닌 미용실 운영을 권유하면서 방향을 틀게 됐다. 미용실 운영을 위한 첫 단계는 미용실 사업자등록증 발급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용실 대표가 미용사 자격증이 있어야 했는데 이 문제는 김 센터장의 ‘경력’ 덕분에 수월하게 해결됐다. 젊은 시절 독일 유학을 가게 된 김 센터장은 원활한 공부를 위해 운전면허증과 함께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 덕분에 7년간 유학 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했고 귀국 후에는 가위를 내려놨다. 

김 센터장은 “학비를 벌기 위해 미용을 배워서 활용했고 돌아온 이후에는 사실상 ‘은퇴’했는데 이렇게 다시 활용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은퇴 미용사들이 찾아올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모집에 나서자 반응이 뜨거웠다.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 이유로 밀려나야 했던 베테랑 미용사들이 대거 지원한 것이다. 

또 공들인 부분은 미용실의 위치다. 현재 상당수의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단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에 매장을 열어서 사실상 공익형 노인일자리와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센터장은 세차사업단과 실버편의점을 열 때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성공시킬 수 있었다. 최적의 위치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고 그 결과 인근에 아파트가 즐비한 금곡동 문화의거리에 ‘마실머리방’을 열게 됐다.

김 센터장은 “이름만 시장형 사업단이지 실제로는 하나의 사업체라는 생각으로 운영해야 수익을 낼 수 있고 참여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간단한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후 지난 6월 23일 문을 연 마실머리방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5명씩 2개조로 나눠 한 조가 화‧목‧토요일, 또 한 조가 수‧금‧일요일에 근무한다. 각 조에는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1명의 실장이 있고 나머지 4명은 다시 두 개 팀으로 나눠 각각 4시간씩 근무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15일, 문을 열자마자 어르신 두 명이 마실머리방에 들어섰다. 파마와 염색을 요청한 어르신들은 “다음에는 제 지인들과 함께 찾을게요”라고 말하며 결과에 크게 만족해 했다.

손님들이 만족한 것은 실력은 물론이고 고령층을 고려한 저렴한 가격이다. 커트 8000원, 염색 1만5000원, 파마 2만원 등으로 일반 미용실보다 50% 정도 저렴하다. 주머니가 얇은 어르신들의 사정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 정식 오픈 전 한 달간 시범 운영을 했고 12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새로 문을 연 미용실의 경우 초기에 수익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윤해원 남양주시지회장은 “은퇴 노인의 경력을 활용해 미용실 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1호점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10호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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