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족, 말초신경 망가져 작은 상처에도 궤양·괴사
당뇨족, 말초신경 망가져 작은 상처에도 궤양·괴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2.27 14:53
  • 호수 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뇨 환자, 다리 혈류 장애 발생 위험… 평소 발 차갑거나 시리면 의심

평소 혈당 조절 철저히 해야… 괴사 조직 제거 위해 절단해야 할 수도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10년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김주한(63) 씨는 지난해 가을 등산을 다녀온 이후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무리를 해서 그랬으려니 생각하고 통증도 없기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내던 어느 날, 양말을 벗어보니 고름이 묻어 있었고 엄지발가락에 깊게 패인 상처가 발견됐다. 그제서야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발을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날씨가 풀리면서 옷차림은 물론 신발도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꽃샘추위가 지속되는 환절기인 만큼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은 발 보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합병증으로 발에 ‘당뇨족’(당뇨병성 족부궤양)이 생길 수 있는데 만일 외부에 발이 노출되면 계속 자극받거나 상처가 생겨 쉽게 낫지 않아 괴사로 이어지거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 조절이 안 되거나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은 환자들은 혈관 내피에 이상이 생겨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는 동맥경화증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동맥을 통한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심혈관이나 뇌혈관 질환, 말초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이때 발과 다리 쪽의 좁아진 혈관의 혈류에 장애가 발생하면 혈액순환이 충분하지 않아 가벼운 상처에도 정상적인 치유가 이뤄지지 않고 만성화돼 괴사로 이어지거나 염증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당뇨족’이다.

백상운 인천성모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은 흔히 합병증인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동반돼 피부와 근육의 감각을 담당하는 말초신경이 망가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통증을 느끼지 못해 상처나 화상이 발생해도 뒤늦게 알아차리거나 방치해 치료의 시기를 놓치곤 한다”고 말했다.

◇당뇨족의 원인

당뇨족은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계 변화와 발 관절의 유연성 상실, 발 모양이 변해 걷거나 움직일 때 발에 가해지는 압력이 달라지는 이유 등으로 발생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계 변화는 체신경 변화와 자율신경 변화 등이 있다. 체신경 변화는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변화로 나뉘는데, 약 80%는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형이다.

감각신경 변화는 발바닥과 발등 등 특정 위치에 압력을 가해 감각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데, 10군데 중 4군데 이상에서 감각을 느끼지 못하면 압력에 대한 감각 감소로 발에 궤양이 생길 위험성이 높다. 

운동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걸음걸이에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렇게 되면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아킬레스건도 짧게 줄어들어 족부궤양의 원인이 된다. 발바닥 굳은살에 의해서도 족부 궤양이 발생하는데,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굳은살이 많다.

◇당뇨족의 증상

당뇨족의 증상은 환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보통 다리 쪽 혈류 장애가 발생하면서 정상인보다 평소 발이 차갑거나 지속적으로 저리고 시린 증상이 동반된다. 점차 진행되면 발의 특정 부위에 굳은살이 생기고 가벼운 외상에도 상처나 물집 등이 자주 발생하고 회복도 더디게 나타난다. 또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세균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상처를 통한 세균 감염이 쉽게 일어나고, 이는 봉와직염(급성세균감염증) 등을 유발해 부종과 궤양, 괴사 및 괴저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족이 생기면 당뇨병 진단 유무, 당화혈색소와 같은 혈액검사를 통해 평소 혈당조절이 잘 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미 진행된 당뇨족 환자의 경우 평소 혈당관리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뇨족의 치료

당뇨병 환자는 신경 문제로 발에 통증을 못 느끼기 때문에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상처의 깊이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피부궤양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간단한 창상 소독만으로도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궤양이 깊어 피하지방층 이하 뼈 또는 인대가 노출된 경우에는 반드시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만약 다리 혈관 검사에서 협착이나 폐색이 발견될 경우에는 이를 뚫거나 넓혀주는 시술을 해야 한다. 발의 혈류가 회복돼야 정상적인 치유과정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감염이 동반돼 있다면 균 배양 검사 결과에 맞춰 항생제를 투약하고, 농양(고름)이 있다면 수술적 절개를 통해 배농시킨다. 괴사 혹은 괴저 조직은 수술로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가락 혹은 다리의 절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괴사 조직을 충분히 제거 후 이를 피부로 덮어주기 위해 피부이식술이나 신체 다른 부위의 피부 및 연부조직을 가져와 덮는 피판술 등의 수술을 시행한다.

백상운 교수는 “기본적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으면 혈관 손상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상처 회복이 더디게 나타난다”며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은 경우라도 평소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본인에게 당뇨병이 없는지, 혹은 당뇨의 위험성은 없는지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