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39] 자(紫)는 사악함, 주(朱)은 올바름을 의미
[한국의전통色이야기 39] 자(紫)는 사악함, 주(朱)은 올바름을 의미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6.26 11:15
  • 호수 8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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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적란주(紫的亂朱) 

자색(紫色)은 오행의 흑(黑)과 적(赤)의 간색으로서 흑색을 띤 짙은 검붉은 자색이다. 이에 비해 자적(紫的)은 자화지정(紫花地丁: 제비꽃)에서 유래한 색명으로서 보라색을 띤 자색, 밝은 남색 띤 짙은 자색에 가까운 색이다. 

자색과 자적은 본래 다른 색

숙종 2년과 영조 16년 수렴청정태후의 대례복(翟衣‧적의)이 자적(紫的)으로 기록된 것에 비추어 보면 자적(紫的)과 자색(紫色)은 대체로 같은 색명으로 통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자적(紫的)은 옷과 비단의 색명으로 사용되었다. 자(紫)색은 오행의 간색으로서 모든 시대에 여러 가지 용도에 두루 사용되었으나, 자적(紫的)은 오직 복색과 비단의 색명으로 조선시대에만 사용된 색명이다. 

단령, 철릭, 도포, 쾌자, 두루마기, 저고리, 장의(長衣) 등의 복색, 명주, 면주, 모시, 화문단(花紋段), 주머니, 이불, 요‧방석, 베개, 비단보자기, 휘장 등의 색명으로 기록되었다. 

한국사에 자(紫)색이 상징적으로 사용된 가장 대표적인 기록은 자(紫)-주(朱)와 주(朱)-자(紫)이다. 

오행(五行)에서 자(紫)는 간색이고, 주(朱)는 정색이므로 간색인 자(紫)는 사악함(邪‧사)을 의미하고, 정색인 주(朱)는 올바름(正‧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紫)주(朱)는 ‘자주색’이 아니라, 자색과 주색 두 가지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옳고(正‧올바름=朱) 그름(邪‧사=紫)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설명하는 데에 많이 인용되는 색명이다. 

예를 들면 ▷자색을 미워함은 주색을 어지럽힐까 염려함(惡紫恐其亂朱‧오자공기란주) ▷자색과 주색이 뒤섞이고(紫朱混矣‧자주혼애) ▷자색과 주색을 구별하기 어려움(紫朱難別) 등이다. 

자색과 주색 구별하기 어려워

자적란주(紫的亂朱)도 동일한 의미인데 자(紫)색 대신 자적(紫的)을 사용한 것으로서 오직 『승정원일기』에만 기록되어 있다. 

◎항상 내 마음을 혼란하게 하는 것은(......) 자적란주(紫的亂朱: 자색이 주색을 어지럽히는 것)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분수 넘치는 일을 한다. 이번에도 경험할 수 있다. 몇 대의 영의정이 마침내 삼당(三黨) 영수가 되었다. 심한 자들은 이것에 대해 말하기를, 10명이 달리는데 그 중 1명이 만약 넘어지면, 나머지 9명 모두 넘어지는 체 한다. 비록 돌에 부딪혀 코피가 나는 자가 있어도 오히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한다. 10명이 한 방에 앉아 있으면 1명은 화합하지 않는데 9명도 역시 화합하지 않는가? 그 중에서 약하고 고달픈 자는 굶어서 일찍 죽고, 만약 절개를 굽히지 않는 자가 있으면 매우 기이하고 이상하다. 어찌 이것을 주(朱)색을 어지럽힘(亂朱‧난주)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반드시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이것은 성인(聖人)을 배우는 것인가? 아버지와 형을 배우는 것인가? 성인은 결코 이것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버지와 형이 스스로 익숙하게 익혀서 자제(子弟)를 가르치는 것이다. 아! 유행(時體‧시체)은 왕명을 이기고, 임금은 임금을 위하고, 나라는 나라를 위한다.<영조 48년 비망기>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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