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건국 대통령 모교에도 기념 공간을…”
[백세시대 / 세상읽기] “건국 대통령 모교에도 기념 공간을…”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7.03 11:38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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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이승만 대통령(1875~1965년)을 배출한 중·고등학교 출신의 지인이 있다. 그가 언젠가 한 말이 귀에 울린다. 

“1968년 한 나라의 지도자를 배출한 중학교에 시험을 치르고 어렵게 들어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건물 현관에 흉상 하나만 달랑 서 있을 뿐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의 학창 생활이나 국가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보여주는 어떠한 기록이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 6년을 다니면서 교사들이 (대통령)이름을 공적이든 사적이든 거론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어 “나중에 대통령 동상이 교정에 세워졌으나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오는 비만 맞고 서 있었다. 외국의 건국 대통령이 말 위에서 칼을 뽑아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위엄 가득 찬 동상과 그 앞에 놓인 아름다운 꽃다발을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곤 했다”고 기억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후세에도 대접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념관을 짓겠다고 하자 야당과 좌편향의 시민단체들은 소라도 잡아먹을 듯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시대적 상황을 무시한 채 어느 기간의 정치적 행보가 통치 행위 전체인 양 부각시키며 공적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이런 가운데 한 교수가 이승만의 경제적인 성과에 대한 글을 신문에 게재해 눈길을 끈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발전의 초석 다진 이승만 대통령’ 제하의 글에서 “이승만이 경제 분야에 통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박정희 대통령의 한강의 기적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승만이 집권했던 1948~1960년까지의 경제 및 사회 정책의 성공으로 농지개혁과 교육개혁을 꼽았다. 이승만은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먼저 농지개혁을 단행해 대지주의 농지를 정부가 지가증권을 발행해 구입하고, 이를 낮은 가격으로 소작농 및 소농들에게 판매했다. 이를 통해 소작농이 거의 사라지게 됐고, 자작논이 획기적으로 증가해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됐다. 일부 대지주들은 이때 받은 지가증권을 이용해 근대산업에 투자하는 계기가 됐고, 이런 의미에서 농업자본의 산업자본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일성은 이와 달리 무상몰수, 무상분배 식으로 국민의 재산을 국유화해 놓고 자기 마음대로 했다. 국민은 재산을 매매하거나 상속하지도 못했다. 

이승만의 교육개혁도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초석이 됐다고 했다. 정부 수립 직후 빡빡한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육과 문화는 정부의 재정지출 중 8%를 넘는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6·25 전쟁 중에도 교육에 대한 지원은 계속 됐는데 심지어 대학생의 경우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징집이 면제되는 혜택을 누렸다고 한다. 그리고 1954년부터 초등교육을 의무화하면서 교육의 혜택을 전 국민이 누릴 수 있게 했다. 

이 교수는 “이와 같은 농지개혁과 교육개혁의 성공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향후 산업화를 위한 인적자본이 형성됐다”며 “종전 이후 설탕·밀가루·면방직 등 3白산업 육성을 시작으로 시멘트·다이너마이트·라디오 등 주요 공산품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을 연구한 미국의 로드릭 교수도 “한국과 대만이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산업화 초기의 양호한 소득분배와 높은 교육 수준“이라고 지적했듯이 이 기반이 1950년대 이승만 정부에 의해 구축됐다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 아들들이 나서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어서 빨리 서울 어딘가에 기념관을 완공해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과 관광객, 후손들에게 대한민국의 새로운 자랑거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출신 고교에도 기념 공간을 마련해 이승만이 들고 다니던 책가방이라도 하나 갖다 놓는다면 더욱 좋을 듯하다. 공산국가는 없는 사실도 조작해 영웅으로 모시는 판인데 어쩌자고 있는 것도 활용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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