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쇠퇴해가는 자식의 부모 부양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쇠퇴해가는 자식의 부모 부양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10 11:09
  • 호수 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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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부모는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서 자식을 낳았지만 자식은 부모를 선택한 게 아니다. 부모는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키울 의무가 있지만 자식이 성인이 됐을 때 부모를 봉양해야 될 의무는 없다.”

지난해 4월 유명 정신과 의사 형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부모의 가스라이팅이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온다. 이 영상은 21살 여성의 고민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계약직으로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병행하며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이 여성의 엄마는 유명 연예인과 자기 딸을 비교하며 더 많은 용돈을 요구하는 황당한 일을 자행했다. 딸이 이에 부당함을 느껴 화를 내자 그 엄마는 그동안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준 돈을 다 돌려달라고 소리쳤다는 것이다.

이 사연을 듣고 나온 게 위의 발언이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당 발언만 떠돌면서 악플이 쏟아지기도 했다. 반면에 저 발언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영상이 올라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해당 내용이 각종 커뮤니티를 떠돌며 끝없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그래도 부모를 책임지고 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다만, 원해서 태어난 인생이 아니니 독립한 이후로는 부모 봉양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았다. 

그러나 한 패널조사 결과는 인터넷 여론과 완전히 달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서 “부모 부양 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는 21.39%에 불과했다. 반대로 이를 반대하는 비율은 49.14%로, 찬성의 두 배를 넘었다.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인식은 2007년 조사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에는 자식이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2.6%로 절반을 넘었고 반대는 24.3%였다. 

부모 세대 역시 자식들의 부양 기대를 접고 있다는 점이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실제 통계청이 지난해 9월 공개한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응답한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2010년 전체의 38.3%에서 2020년 27.3%로 줄었다.

이러한 의식 변화는 벌써 세상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식이 부양하고 부모 재산을 물려받는 것이 아닌, 본인 돈으로 노후를 보내고 자식에게 한 푼도 물려주지 않는 방식이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 사라지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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