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기고] 웰다잉,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백세시대 / 기고] 웰다잉, 이제는 선택 아닌 필수
  • 박기민 전남 목포시지회 부회장
  • 승인 2023.07.10 11:29
  • 호수 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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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민              전남 목포시지회 부회장
박기민 전남 목포시지회 부회장

죽음에 임박한 환자라 할지라도 응급실에서 ABC 조치(기도확보, 산소인공호흡, 혈액순환)를 취하면 얼마 동안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환자의 시한부 생명 연장을 위해 전기 충격, 각종 약물을 마구잡이로 투여하는 응급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것이 의료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대부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힘들게 죽어가는 모습이 행복한 죽음일까? 

우리는 누구나 사람답게 살다가(Well Being), 사람답게 늙어서(Well Aging), 사람답게 죽어가는(Well Dying), 건강하고 아름답게 인생의 여정을 마무리하길 희망한다.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끝이 있다. 잘 먹고 잘 살다가 잘 가는 인생 여정이어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터미널이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1970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62.7세였는데 2021년 기준으로 21세가 늘어난 83.6세가 됐다. 흔히 말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99세까지 88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라는 구구팔팔이삼사의 소망을 구호처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죽음은 아랑곳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이제는 죽음을 거부하고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금기로 여겨 피하려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다리는 죽음’에서 ‘준비하는 죽음’으로 전환해 행복한 죽음을 위한 준비, 죽음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웰다잉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17년 호스피스 분야, 2018년에는 연명 의료 분야가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그동안의 삶을 기록하거나 유언장도 미리 준비하는 등 죽음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이에 대한호스피스웰다잉협회가 2017년 1월 1일 창립했고 2021년 12월 2일에는 전남지부도 세워졌다. 전남지부는 운영 규약에 교육사업, 연구사업, 사회문화사업 등 3개 영역을 설정하고 올해 6월 22일부터 교육사업이 첫발을 딛게 됐다. 9월 15일까지 50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전남지부 심리상담사 양성 교육을 실시한다. 여기에서 배출한 교육생들은 연구사업, 사회문화사업에 투입되는 웰다잉 홍보대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제는 본인이 직접 죽음을 준비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임종난민이 발생하고 시신호텔도 등장하는 이웃나라의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끝맺음하게 해 주는 웰다잉 지원 사업이 보다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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