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수 대한노인회 전남 고흥군지회장 “노인 품격 높이겠다는 노인회 운영 소신…교육 통해 실현 중”
황인수 대한노인회 전남 고흥군지회장 “노인 품격 높이겠다는 노인회 운영 소신…교육 통해 실현 중”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7.21 08:40
  • 호수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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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지회 단독건물에 입주, 노인일자리 참여자 1310명 등 복지 완성

‘노인 행복 위해 최선 다 하겠다’는 고흥군수 협조로 노인대학원도 설치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지회장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으로 지회 단독건물 신축, 노인일자리 확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임기 내 실현이 어렵지만 대한노인회 전남 고흥군지회는 두 가지 모두를 깨끗하게 해결함으로써 회원들이 오롯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고흥군지회는 올해 접근성이 좋은 요지에 세련된 외관을 지닌 콘크리트 건물의 노인회관을 완공했고, 노인일자리 참여자도 1310명에 이르러 전남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관리하는 지회 중 하나가 됐다.

황인수(82)고흥군지회장은 “땅값이 비싼데다 원하는 장소에 마땅한 부지도 찾을 수 없어 어려움이 따랐으나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군수의 적극적인 협조로 회관을 마련했다”며 “군청이 맡아하던 노인일자리도 도로 가져왔다”고 밝혔다.

고흥 군민은 6만1500여명, 노인인구는 2만68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43.7%가 노인이다. 고흥군지회에는 16개 읍·면 분회, 640개 경로당, 회원 1만8000여명이 있다. 

황인수 지회장은 교육공무원 출신으로 고흥군지회 노인대학장을 지냈다. 2017년 12월, 지회 사상 처음으로 치른 경선에서 고흥군지회장에 당선된 데 이어 2021년 12월, 13대 지회장에 단독추대 돼 현재에 이르렀다.

-늦게나마 회관 마련을 축하드린다.

“군수께 지속적으로 노인회관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여기가 촌인데도 땅값이 비싸다. 군청 가까이는 평당 1000만원까지 한다. 우여곡절 끝에 5억원을 들여 46평짜리 단층 건물을 완공해 올해 4월에 입주했다. 이 건물 뒤로 지회가 사용하던 2층 건물이 또 있다. 거기 사무실을 소회의실로 만들고, 노인대학 강의도 그 건물 강당에서 한다.”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1300여명이라고.

“과거 지회가 맡아하던 일자리를 군청에서 가져가는 바람에 제가 지회장으로 왔을 때는 일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회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 중 하나가 일자리 아닌가. 군수를 찾아뵙고 일자리를 도로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자리 배분 측면에서 문제 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거절당했다. 그렇다면 ‘군에서 일자리 접수를 하고 관리를 노인회가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승낙을 받았다. 그해에 300명을 가져왔고, 그 다음해에 700명…, 계속 늘려 현재 전남에서 가장 많은 수의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일자리가 많은가.

“주로 마을 공공시설과 해수욕장 등의 환경정화이다.”

-지난 6년간의 성과를 얘기한다면.

“노인회에 들어와 가장 역점을 둔 건 노인의 품격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인대학을 활성화했다. 노인대학 하나로 모자라 노인대학원도 설치했다.  각각 50명 정원으로 기간은 1년이다. 제가 처음 맡은 직책이 노인대학장이라 노인대학에 관심과 애착이 많다.”

황인수 고흥군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황 지회장 오른편이 정용태 사무국장.
황인수 고흥군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황 지회장 오른편이 정용태 사무국장.

황 지회장은 교양과 시사 강의에 중점을 두면서 노인 의식 개혁에 온힘을 쏟았다. 그러자 노인대학을 졸업하고 다음해에도 또 입학하겠다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이를 본 황 지회장은 군수를 찾아가 노인대학원 설치를 요구했다. 군수는 쾌히 승낙했으나 담당직원 선에서 유야무야됐다. 황 지회장이 담당직원을 만나 노인들이 배움에 대한 욕구가 크고, 노인 의식 개혁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킨 후에 비로소 노인대학원 설치가 가능했다고 한다. 

황 지회장은 “군수께서도 ‘군민의 43.7%가 노인인 이상 그분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적극 도와준 결과였다”며 “군수가 진정성을 갖고 노인에 대한 배려를 잘 하신다”고 말했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군청에서 노인들의 건강 증진에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공기청정기 및 정수기를 비롯해 좌식의자를 보급해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좀 더 편한 일상을 보내도록 해 준다.”

-프로그램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경로당 프로그램도 건강에 중점을 두었다.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은 전통수지활법체험교실이다. 자격증을 갖춘 한국전통수지활법협회 회원 3~4명이 경로당 한곳을 방문해 어르신 30~40명의 팔, 다리, 허리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지난해에 경로당 90여 곳에서 실시했고, 올해는 100곳을 넘길 것 같다. 어르신들이 너도나도 시술 받기를 원하신다.”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경로당은 잔치 분위기이다. 정용태 지회 사무국장은 “군의 특별 보조금을 받아 그날은 경로당에서 ‘팔도강산’, ‘빨간마후라’ 등 고전영화를 상영하고, 부식재료도 준비해 마을 부녀회장의 봉사로 점심도 대접해드린다”고 말했다. 

고흥군지회는 이밖에도 IT(정보통신)와 접목한 ‘내 고장 알리미’라는 프로그램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어르신들이 정보통신부에서 파견한 강사로부터 스마트폰 작동 요령을 익힌 뒤 사진, 동영상을 찍어 군청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에 올리거나 친지 등에게 카톡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40년 교단을 지켰다. 에피소드라면.

“한학을 공부한 강직한 성품의 조부로부터 정의롭게 살라는 것을 배웠다.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 누구에게 부탁 한 번 안하고, 맡은 바 일에만 충실하다보니 끝까지 평교사로 남았다.”

-후회 되지는 않았는지.

“잠시 한 적도 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새옹지마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날의 황 지회장을 만든 건 조부의 교훈과 ‘내려놓기’이다. 교사 재직 시절 갑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15년간 병치레를 하면서 터득한 삶의 철학이 마음을 비우고 모든 걸 내려놓자는 것이었다. 

“욕심이나 욕망에 집착하면 다시 증세가 도지곤 했다. 비움을 배우고 내려놓기를 공부했기 때문에 지금 이 나이에도 넥타이 매고 사회활동을 계속 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황 지회장은 이어 “한 때 잘 나갔던 지인들이 지금은 건강도, 형편도 안 좋은 걸 보면 내가 보낸 지난 시간들이 후회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흥에는 주유소, 심지어 휴게소 이름에도 ‘우주’자가 들어가 있다.

“고흥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나로우주센터가 있고, 이순신 장군의 첫 근무지인 발포만호도 여기에 있다. 군민들이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트 조성을 통해 인구 10만명을 만들겠다는 고흥군수의 비전과 포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황인수 고흥군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임기 내에 분회장 활동비 지급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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