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상실의 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김광일
[백세시대 / 금요칼럼] 상실의 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3.07.21 09:00
  • 호수 8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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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나이 들어가며 몸에 생기는 변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노화의 속도 늦추는 노력 필요

단백질 섭취, 근력운동도 꾸준히

계속 배우려는 자세 견지해야

환자분이 진료실에서 예전에 잘 나갈 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긴장된다. 젊었을 때 했던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고 어떠한 업적이 있었는지 말씀하시면서 매우 즐거워하신다. 

진료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말씀하시기에 중간에 이야기를 끊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외래진료는 가능한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찰해야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잠시 시간을 내드려야 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다. 삶의 전성기 또는 좋았던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서 추억에 빠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젊었을 때 잘 지내셨던 분들 중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노화 현상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시고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특히 기억력이 뛰어나셨던 분들 중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염려하시는 경우가 흔하다. 

젊었을 때는 약속이나 일정 관련해서 메모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았는데, 대화 도중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을 경험하게 되면 당황하고 걱정하게 된다. 혹시라도 치매는 아닌지 염려하여 진료실을 찾게 된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젊었을 때와 비교하여 신체 및 인지 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근육량은 30대 이후10년마다 약 3~5%씩 줄어들어 노년기에는 최대 근육량에서 30%가량 근육량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도 40대 이후로는 매년 1ml/min씩 감소하게 되어 고령자에서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없어도 만성 콩팥병이 드물지 않다. 

노년의 시간은 상실의 시간이다. 젊었을 때 가졌던 것들을 잃어가는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노년기, 아쉬워하고 실망하며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 어떻게 상실의 시간에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잘 대처하고 계시는 분들을 진료실에서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고자 한다. 

우선 이러한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우울감이 심해져서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인지기능이 더욱 감퇴한다. 

노화와 동반되는 상실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인정하여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두 번째로는 상실의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노화의 방향은 바꿀 수 없고 시작된 노화를 되돌리기는 어려울지라도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노화 속도를 늦추고 노쇠를 예방하는 것은 가능하다. 

근육량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근력운동을 꾸준하게 실천하면 근육량 감소와 근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노화로 인해 나타나는 기억력과 인지기능 저하도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노력하며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인 교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노력을 통해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어차피 나빠질 것인데 하고 포기하지 말고 다양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더불어 이러한 상실이 가져오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암 또는 여러 만성질환으로 인해 불편감을 호소하면서도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희망의 에너지를 가지고 지내시는 분들을 볼 때면 외부의 시련은 똑같아도 그에 대한 대처는 다르고 또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문제의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과 청력이 저하되어 보고 듣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오히려 조그만 잘못이나 문제점을 보지 않고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 좋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생각하기에 따라 현재의 상황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실의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이라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잘 깨닫고 이를 오랫동안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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