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이번 수해에도 대피소 역할 ‘톡톡’
경로당 이번 수해에도 대피소 역할 ‘톡톡’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31 09:10
  • 호수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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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민들 많게는 10명 이상 머물러… 취사‧세면도 가능해 큰 도움
7월 집중호우로 충북·경북 등 전국적으로 경로당 90여 개소가 피해를 입은 반면, 대부분의 경로당이 수재민들의 대피소 역할을 톡톡히 하며 주목받았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산사태를 피해 예천 지역 경로당으로 대피한 이재민들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7월 집중호우로 충북·경북 등 전국적으로 경로당 90여 개소가 피해를 입은 반면, 대부분의 경로당이 수재민들의 대피소 역할을 톡톡히 하며 주목받았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산사태를 피해 예천 지역 경로당으로 대피한 이재민들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충주시지회, 괴산댐 월류로 대피한 주민 300여명에게 경로당 개방 

전남‧경북선 산사태 피해 대피… 수해 입은 경로당 전국에 80~90곳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7월 15일, 43년 만에 충북 괴산댐이 월류(댐 위로 물이 넘쳐 흐르는 현상)하면서 인접지인 충주시 봉방동, 칠금동 등 달천 주변에 거주하던 64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발생한다. 재빠른 대처로 인명 피해는 막았지만 학교 강당 등에 머물러야 해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이 불편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식을 들은 대한노인회 충주시지회(지회장 이상희)가 발빠르게 경로당을 개방해 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상희 지회장은 “괴산댐 월류로 대피해 불안해하는 주민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대피가 필요한 주민들에게 경로당을 언제든지 개방하겠다”고 전했다.

7월 초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에도 경로당이 든든한 대피처로 활용돼 주목받고 있다. 세종시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13개 지자체를 제외한, 수해 피해가 덜했던 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경로당이 많게는 10명 이상까지 수용하며 수재민들의 대피소이자 쉼터로 활용됐다. 

보통 자연재해로 인해 이재민이 발생하면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 강당이나 넓은 체육관 등을 대피소로 활용한다. 다만 숙박이 목적이 아니어서 취사를 할 수 없는 등 장시간 머물 경우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반면 경로당은 어르신들에게 집처럼 친숙한데다가 일반적인 주택과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없어 취사를 할 수 있고 세면‧세탁이 가능해 이재민들의 대피소로 적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9일부터 25일까지 누적 대피자는 1만946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침수 등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로당 같은 임시 주거시설이나 친인척 집에 머무르는 이들이 231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주시의 경우 괴산댐 월류로 주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살미면 토계리경로당과 달천동 하풍경로당 등 6개 경로당이 물에 잠겨 집기류 등 76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충주시지회는 위험 경로당을 제외한 150여개소를 개방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달천 지역 주민들의 경우 호암동, 문화동에 위치한 경로당으로 10명씩 몸을 피해 다음날 위험상태가 해제될 때까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다.

특히 동량면 경로당들의 경우 산사태 우려로 임시 대피한 아동복지시설 직원과 아이들에게 2박 3일간 숙박과 간식을 지원해 대피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충주시지회 관계자는 “이번 집중호우에 300명이 넘는 주민들이 경로당으로 대피했고, 다행히 비가 잦아들어 대부분은 하루 정도 머물다 귀가했다”면서 “경로당 덕분에 집처럼 편안히 피할 수 있었다고 무척 고마워했다”고 밝혔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택가에도 7월 18일 밤에 집중적으로 내린 비로 인해 뒷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20가구 주민 25명이 인근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

7월 22일부터 23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상향된 함평군 등 전남 8개 시군에서는 240여명이 인근 경로당으로 긴급대피했다. 함평군 월암1리경로당의 경우 10여명의 주민들이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경로당에 머물 예정이다. 지자체에서도 면사무소 등을 통해 도시락 등 식사를 제공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덕형 월암1리경로당 회장은 “경로당이 마을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기 때문에 예전부터 대피소로 활용됐다”면서 “장기간 숙박을 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주민들 대부분이 경로당 회원이라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7월 집중호우로 인해 경로당도 전국적으로 80~90곳에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청주시·괴산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충북도의 경우 30여곳의 경로당이 크고 작은 수해를 입었다. 

특히 피해가 컸던 청주 흥덕구 오송읍과 강내면의 경우 각각 경로당 2개소가 물에 완전히 잠겼다. 논산시·공주시·청양군·부여군에서 큰 피해를 입은 충남도의 경우 8개 경로당이 완전 침수 피해를 입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전북 익산시·김제시 죽산면의 경우 경로당 피해는 없었다.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도의 경우 8명의 경로당 회원이 숨지고 12명이 다치기도 했다. 또 예천군 5개소 등 10여개 경로당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경로당이 사회복지사업법상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돼 있어 대부분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6개 경로당이 피해를 입은 충북 충주시는 실제로 경로당 건물 3.3㎡당 250만원, 집기·비품 1곳당 2000만원의 재물손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로당을 제외한 진입로 등이 심하게 훼손된 곳은 경로당 이용 재개에 상당 시간이 걸린다.

충북연합회 관계자는 “충북도의 경우 모든 경로당이 보험에 가입돼 있이 시간은 걸리겠지만 복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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