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배고픈 이에게 주는 빵에 ‘사랑’을 담아야 이상적 복지”
김성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배고픈 이에게 주는 빵에 ‘사랑’을 담아야 이상적 복지”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7.31 09:40
  • 호수 8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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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수혜자가 후에 자원봉사 시혜자 되는 ‘봉사 선순환’ 돼야 

‘푸드뱅크’ 사업 보면 우리나라 민관협동모델이 잘 된다는 것 실감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사회가 선순환 돼야 한다.”

7월 25일, 김성이(76)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사회복지의 요체를 설명하면서 강조한 부분이다. 복지의 선순환이란 예컨대 자원봉사 수혜자가 자원봉사의 정신을 물려받아 나중에 자원봉사 시혜자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복지가 선순환 되는 사회가 이상적인 복지국가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우리가 자칫 잘못하다보면 복지는 소비적, 낭비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안 되고, 가령 A라는 물건을 B에게 주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B에서 다시 C로 돌아가는 식으로 순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에 위치한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만난 김 회장에게서 고령화 시대 사회복지의 역할과 우리나라 사회복지 발전에 기울인 노력 등을 들었다. 

김성이 회장은 학문과 경력을 두루 갖춘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로 우리나라 사회복지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경기고, 서울대 사회사업학과를 나와 미국 유타주립대 대학원에서 사회사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교수,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지냈다. 2023년 1월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에 선출돼 현재에 이르렀다.

-취임한지 반년이 조금 넘었다. 해보시니 어떤가.

“제가 일찌감치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1975년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돼 이곳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회원 단체들과의 접촉을 통해 이 기관이 ‘국민의 욕구를 대변하고, 정부에 그것을 전달하고, 회원 단체 간 업무 조정을 한다’라고 개념 정의를 내렸고, 발표도 했던 일이 있다. 그런 연유로 특별히 취임 소감이랄 것이 없다. 물론 당시에는 이곳의 수장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안다.

“6·25 전쟁 중에 고아가 많이 발생하면서 고아원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고아원이 많아지니까 아동복지에 관한 단체나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게 확대가 되면서 1952년 전반적인 복지를 위한 연합회의 필요성에 따라 단체가 만들어졌다. 민간 차원의 모든 복지가 이곳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민간단체이면서도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기타 공공기관 중 하나이다. 전국에 17개 시·도 협의회와 170개 시·군·구 협의회가 있다. 대한적십자사를 비롯 노인·아동·장애인복지협회, 의사·치과·간호협회 등 160개의 회원 단체가 있으며, 대한노인회도 그 중 하나이다. 

-중점적인 사업이라면.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사회복지 중에서 식(食)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첫 번째가 푸드뱅크 시스템을 갖춰 정부의 지원을 받아 어려운 이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두 번째가 ‘좋은 이웃’이라고 해서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세 번째가 기업 등의 지원을 받아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공헌 활동이 그것이다.”

-저출산·고령화 해결 방법이라면.

“저출산과 고령화는 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생겨 효율적인 집행을 위해선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건 일자리이다. 요즘 의식주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고 본다. 노숙자도 어디 가면 밥을 먹을 수 있는 지 다 안다. 따라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일자리이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의 고독과 외로움 해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단독가구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 사회라는 건 두 명 이상이 있어야 성립되는 것이고,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노인의 고독을 해소하는 데에는 공동체(친구·가정 등)가 필요하다”며 “사람들은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지만 그보다는 친구 한 명이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또 “가정은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집단인 관계로 가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1997년 IMF(외환위기) 때 가정을 지키기 위해 ‘파랑새보금자리운동’을 펼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파랑새보금자리운동’이 무언가.

“직장을 잃은 부모들이 빚에 시달리던 끝에 집을 나가버리고 아이들만 남은 가정이 있었다. 나중에 (부모가)돌아와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울 때까지 우리가 아이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이화여대 교수로 있으며 이화여대 부속 종합사회복지관장도 했다. 전국 11개 대학의 복지관장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다음 취지를 밝혔다. 그 일환으로 대학원생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전에는 영어·수학 등 학과목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농구를 배우게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이 돌봐줄 부모가 없었지만 기죽지 않고 어려운 시간을 잘 견뎠다. 당시로선 사회복지관이 가정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상당히 옮은 개념이었다고 본다.”

-노인복지 수준은 어떻게 보는지.

“물질적으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들 평균보다 낮지만 정치적, 정서적인 면에선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노인에 대한 존경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다른 국가보다는 높다. 그리고 복지도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선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우리나라처럼 오픈된 나라가 없다. 즉 국회나 시민단체가 새로운 법안이나 복지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내고 있고,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단지 정착화가 잘 안됐고 습관화가 안 돼 효과가 나타나지 못할 뿐이다.”

-사회사업학과를 선택한 배경은.

“돈은 관심 밖이라 상대 갈 생각은 애초에 안 했고, 사회를 위해 남을 도우면서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부친과 친구의 권유에 따라 내린 선택이었다.”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노인 장기요양보험법을 시행하려 했을 때 부처에서 관련 종사자, 시설 부족, 한정된 재원 등의 이유로 1년 후에 하자고 했다. 그 제안을 뒤로 하고 강행했다. 제가 보기엔 적시에 잘 한 것 같다. 언론에서도 ‘좋은 제도, 잘했다’고 호평했다.”  

-이상적인 복지라면.

“배고픈 이에게 빵을 주는 게 복지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랑의 마음을 얹어주면 더 좋지 않겠나. ‘사랑의 빵’을 받아먹은 이가 다른 이에게 사랑의 빵을 건네주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자원봉사도 마찬가지다. 복지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성이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정부가 기업체에 푸드뱅크 사업을 지원하라고 하고, 우리 기업들이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푸드뱅크 도우려 하고, 협의회가 그것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민관협동모델이 잘 되는 나라라는 걸 실감한다”며 “이 모델을 우리가 어떻게 개발해가지고 세계에 퍼뜨리나, 그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김성이 회장 프로필

▷서울대 사회사업학 학사·석사

▷유타주립대 대학원 사회사업학 박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회장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제46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

▷제34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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