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 도는 어지럼… 전정기능 이상, 뇌질환 등 원인 다양
핑 도는 어지럼… 전정기능 이상, 뇌질환 등 원인 다양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7.31 14:26
  • 호수 8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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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낙상, 그로 인한 골절 등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노년기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낙상, 그로 인한 골절 등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이 들면서 어지럼증 자주 발생… 방치하면 낙상으로 이어질 우려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 진단 없이 빈혈약 복용은 금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나이가 들면서 자주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혹시 큰 병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노인의 어지럼증은 흔하고 다양하게 발생하는 증상 중 하나다. 어지럼을 느끼는 양상과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95만명이다. 이중 65세 이상이 전체의 30%를 차지했으며, 85세 이상의 50%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어지럼증은 일상생활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할 때 느끼는 일시적이고 경미한 어지럼부터 고개를 들 수 없고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어지럼, 구역질이나 두근거림, 이명과 같은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 어지럼, 눕거나 앉을 때 느끼는 천장이 빙빙 돌 정도의 어지럼, 수 분 정도로 짧은 어지럼에서 수 시간 이상의 긴 어지럼까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복합적인 원인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

노년기 어지럼증은 나이가 들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무심코 넘기다 보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낙상, 그로 인한 골절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균형을 잘 잡기 위해서는 여러 신체 기관과 신경 기능이 필요한데 노년기에 진행되는 신체적 노화는 이러한 기관의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60대부터 진행되는 전정기관의 노화, 뇌 기능 저하에 관절질환까지 더해지면 균형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고 이런 상태를 어지럽다고 느끼게 된다.

시력 저하, 백내장과 같이 노인들이 겪는 흔한 문제가 어지럼증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노인의 어지럼증은 한 가지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러 문제의 복합적인 증상인 경우가 많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안증, 우울 증상, 균형기능 저하, 저혈압, 5개 이상의 약물 복용, 청력 저하 등이 노인의 어지럼증과 관련되는 주요 인자로 밝혀졌다. 따라서 노인에서 어지럼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평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 종류

어지럼증 환자의 신체적 원인을 크게 나누어보면, 귀에 있는 전정계 이상에 의한 경우와 비전정계 기관에 의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어지럼증이 나타났다면 먼저 어지럼의 강도, 기간, 악화 또는 완화요인, 신경학적 이상의 동반 유무를 확인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전정계 질환과 비전정계 질환을 구별해야 한다.

이때 전정계 질환이 의심될 경우 말초성·중추성을 구별해야 한다. 전정계 이상에 의한 경우에는 주로 현훈(환자 자신 또는 주위 사물이 회전하는 듯한 느낌), 멀미, 균형 잡기 어려움, 안구진탕(무의식적으로 눈이 움직이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또한 말초성의 경우에는 청력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고 눈을 감으면 어지럼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중추성의 경우에는 마비, 어눌함 등의 다른 신경학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증상만으로 중추성 어지럼증과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생기는 말초성 어지럼증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다. 

김진현 유성선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생기거나 극심한 두통이 동반된다면 빠른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경우 머리 뒤쪽으로 지나가는 기저동맥 및 척추동맥의 협착이나 동맥박리로 인해 소뇌와 뇌간에 뇌졸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전정계 질환에 의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증상이 훨씬 모호한 경우가 많으며, 현기증, 졸도, 기립성 저혈압, 미주신경성 실신과 같은 증상이 흔하다. 간혹 과호흡, 공황장애, 신경성 어지럼증도 나타나며, 실신하는 경우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심혈관계 이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심각한 부정맥과 같이 사망률의 증가와 연결될 수 있는 질환이 잠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어지럼증 진단과 치료

이처럼 어지럼증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증상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설명해야 하며, 원인이 될 만한 사건이나 인자에 대해 의료진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진단이 수월해진다. 

일부 환자의 경우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귀로 인한 어지럼증을 의심,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다 뇌졸중 진단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지럼증 진단은 양발 또는 한쪽 발을 특정 위치나 모양으로 지면을 딛고 서 있게 한 후 30초 정도 관찰하는 ‘전정기능검사’와 신체의 치우침을 측정하는 ‘편의검사’, 수직 운동을 담당하는 이석기관인 구형낭의 기능을 검사하는 ‘유발전위 검사’, 안구운동을 확인하는 ‘안진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만약 중추성 어지럼증이 의심되면 뇌 조직 및 뇌혈관의 이상 유무를 살펴보는 MRI(자기공명영상)와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 경동맥초음파 검사,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를 실시한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의 경우에는 이석정복술(이석을 원위치로 돌리는 시술)을 시행하면 1주일 안에 호전되며, 뇌혈관질환이 원인이라면 혈관재개통술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진료부원장은 “일단 발생한 어지럼증은 적극적인 원인 규명과 치료가 필요하며, 어지럼증이 없더라도 65세 이후에는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운동과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노년기 어지럼증을 나이 들면 생기는 당연한 증상으로 치부하거나 빈혈약 복용 같은 잘못된 자가처방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면서 “뇌졸중 같은 위험한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흔하므로 적극적인 원인 규명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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