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 증가… 재난으로 인식, 대응책 마련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 증가… 재난으로 인식, 대응책 마련을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8.07 09:35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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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역대급 장마가 끝난 뒤 갑자기 찾아온 폭염으로 온 국민의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연일 숨쉬기조차 힘든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2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올해 폭염 대책 기간인 5월 20일부터 8월 1일까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3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충남 2명, 울산 1명 순이다. 전국 곳곳에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온열질환은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바깥 활동을 할 경우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일사병, 열사병 등이 대표적인 질환이며, 장시간 지속되면 목숨을 잃는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고령의 농업인이 뙤약볕 아래에서 농사일을 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폭염에 취약한 계층은 야외에서 일하는 고령 농업인, 공사장 근로자뿐만이 아니다. 홀몸노인과 쪽방촌 거주자를 비롯한 빈곤층은 온열질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들은 전기 요금 인상으로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켜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정부가 취약계층의 냉방비를 보조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제한된 예산 탓에 사각지대가 많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폭염은 또 다른 재난인 셈이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과 인명피해는 해마다 반복돼 온 일이지만 이젠 폭염의 수위가 달라졌다.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극한폭염은 특정한 해의 기상이변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연례 재앙으로 닥쳐오고 있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전조가 뚜렷하다. 유럽에선 많은 도시가 기온 40도 이상으로 치솟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50도를 훌쩍 넘기며 110년 만에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명이 ‘열주의보’ 또는 ‘폭염경보’ 영향권에 들어갔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7월 1~23일 지표면의 평균 온도는 16.95도로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2019년 7월(16.63도)의 평균 기온을 0.32도 뛰어넘은 수치다. WMO는 올해 7월보다 더 뜨거운 날씨가 5년 안에 찾아올 확률이 98%라고 전망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처럼 심각해지는 폭염 상황에 대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8월 1일 오후 6시부로 가동했다. 폭염 위기 경보 수준도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실질적 폭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염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농축산어업 근로자, 장애인, 만성질환자, 냉방시설의 혜택을 볼 수 없는 극빈층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폭염 예방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각 지자체는 쪽방촌, 무료급식소 등의 취약집단 시설과 노약자의 폭염 피해가 없도록 응급감시체계를 운영하고 모니터링을 더 세심하게 펼쳐야 한다.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도 절실하다. 야외 작업자가 많은 건설 현장은 낮 시간대에 1시간 이상 연속 작업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폭염으로 건조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캐나다와 유럽처럼 대규모 산불 발생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산림 당국의 대비 태세도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젠 우리나라도 구조적 기후변화에 대응해 폭염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 극한 폭염은 전 지구 차원에서 일상적 현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는 건강뿐 아니라 식량 에너지 등 각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폭염 대책도 매년 단발적 차원이 아닌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 폭염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일상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 요인이자 재난으로 인식해야 하며 당장 올해만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폭염 피해를 낮추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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